제주삼다수(삼다수) 판권 확보를 둘러싼 업계의 경쟁이 마무리됐다. 기존 유통사 광동제약이 4년간 소매·비소매 판권을 확보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다수 판권 입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숨에 생수 시장 40%를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찰 후보로 거론되던 주요 업체 대부분이 입찰에 불참하면서 다소 싱거운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삼다수 유통만으로 생수시장 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시장 점유율이 낮더라도 자체 브랜드 운영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때문에 생수시장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숙박시설 등에 삼다수를 유통하는 비소매 판권을 포기한 LG생활건강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울릉생수(가칭)' 등 신규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어서다.
한숨 돌린 광동제약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제주감귤 등 제품을 제주도 외 지역에 위탁 판매하는 협력사로 광동제약을 선정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5년까지다. 광동제약은 이번 계약을 통해 일반 소매시장 판권과 함께 기존 LG생활건강이 맡아 오던 비소매 판권까지 확보했다. 다만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와 3사 계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유통은 제주개발공사가 맡는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권 확보로 '1조 클럽'자리를 지키게 됐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2438억원의 30.6%를 삼다수로 벌어들였다. 만일 이번 입찰에서 패했다면 매출 1조가 무너질 수 있었다. 때문에 광동제약은 입찰 초기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영업·마케팅 부서를 생수영업부문으로 통합하는 등 내부 조직도 정비했다.
업계에서는 삼다수 비소매 부문 사업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삼다수는 가격이 높아 비소매 시장에서 크게 선호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광동제약이 소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프로모션에 나선다면 점유율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다수라는 캐시카우를 지켜낸 만큼 제약회사 '본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최근 4가 독감백신 유통, 바이오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단일 수원지에서 생산되는 삼다수의 국내 유일 브랜드 제품력을 기반으로 소매점은 물론 온라인 영업력까지 한 층 강화할 것"이라며 "그간의 유통 경험을 바탕으로 삼다수의 성장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삼다수 올림픽, 열기 식은 이유
광동제약은 입찰 초기 삼다수 판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기존 계약은 2021년까지였지만, 양사 합의에 따라 1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는 옵션 행사를 거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주개발공사가 유통사를 바꾸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롯데칠성음료·농심·CJ그룹 등이 새로운 삼다수 유통사 후보로 꼽혔다. 비소매 판권을 보유한 LG생활건강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자체 생수 사업 강화를 이유로 입찰에 불참했다. 삼다수 판권 확보로 4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사 브랜드가 삼다수에 잠식당하는 악영향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생수 제조사는 유통채널의 자체브랜드(PB) 생수 생산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삼다수가 아니더라도 생수 사업의 수익성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다수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것도 입찰 흥행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42%였던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39.9%로 떨어졌다. 지난해 40%대를 회복했지만 과거에 비해 시장 지배력은 약해졌다는 평이다. 반면 시장 2위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는 2017년 10.3%였던 점유율을 지난해 13.9%까지 높였다. 3위 농심 백산수도 같은 기간 점유율을 7.5%에서 8.8%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향후 유통사에 대한 제주개발공사의 '압박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개발공사는 유통사에 삼다수 브랜드 강화 방안, 시장 점유율 확대 등을 주문하고 있다. 유통사는 이를 위해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또 삼다수 판권 계약은 4년마다 갱신된다. 브랜드 파워가 압도적인 만큼 유통사가 유리한 계약 조건을 요구하기 어렵다. 삼다수 판권이 유통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LG생활건강, 생수 숙원 풀까
삼다수 판권 입찰이 마무리되며 생수시장의 경쟁에도 새로운 막이 올랐다. 특히 독자적 사업 확장 의지를 밝힌 LG생활건강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생수 시장은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닐슨코리아는 지난해 약 1조원 수준이던 국내 생수 시장의 규모가 오는 2023년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기사:4년에 한번 '삼다수 올림픽'…이번 승자는(8월 31일)
LG생활건강은 아직 생수시장에서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평창수·휘오 등 LG생활건강 생수제품의 지난해 매출은 45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탄산음료·커피 등 음료 사업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벌어들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내년 시판이 예상되는 울릉생수를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울릉생수는 LG생활건강이 2018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LG생활건강은 당시 500억원을 출자해 울릉군과의 합작법인 '울릉샘물'을 출범시켰다. 울릉도 용천수 일부를 먹는 샘물로 생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현재 울릉샘물 공장은 약 90%가량 완공됐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음료 유통망을 활용해 울릉생수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매출 목표는 약 2000억원이다. 이를 현실화시킨다면 LG생활건강은 단숨에 주요 생수 제조사로 도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