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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컬리와 오아시스의 '크로스 카운터'

  • 2022.01.20(목) 06:50

공정위, 컬리 경쟁사 방해 혐의에 증거 불충분 판단
재고발 예고한 오아시스…업계 "명확한 결론 내기 어려워"
새벽배송 상장 앞둔 '신경전'이 배경…"윈윈 게임 만들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새벽배송 1호 상장'을 노리는 마켓컬리(컬리)와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서로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며 경쟁우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신경전도 이어집니다. 2년 전 오아시스가 컬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하기도 했죠. 당시 오아시스는 컬리가 납품업체에게 오아시스쪽의 가격을 바꾸라거나, 납품하지 말라는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김슬아 컬리 대표를 불러 질의하기도 했습니다.

공정위가 최근 이에 대한 결론을 내놨는데요. 다만 논란을 완벽히 정리하지는 못했습니다. 공정위는 컬리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납품업체를 불러 조사했지만, 피해를 부인하거나 거래하지 않는다는 등의 증언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양사 모두 피곤한 상황이 됐습니다. 컬리는 혐의를 완전히 털지 못했습니다. 오아시스는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죠. 게다가 오아시스는 자료 보완 후 재고발 의사를 밝혔습니다.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겁니다.

이렇게 허무한 결론이 나온 이유는 뭘까요. 먼저 사건 진행 상황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오아시스는 컬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면 피해를 입증할 책임은 오아시스에게 있습니다. 반면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에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했습니다. 오아시스보다 납품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본 셈입니다. 때문에 피해입증 책임이 납품업체에게 넘어갔습니다.

공정위의 이 판단은 정당했을까요. 특정 사건에 적용되는 법은 사실관계와 당사자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사건에서 이를 판단할 권한은 공정위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한 공정위의 판단은 정당한 권한 행사입니다. 위법성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공정거래법 적용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 남용의 소지가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분명 재고발 과정에서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갈 겁니다.

컬리는 '규모', 오아시스는 '실속'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적용돼도 사건이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어떤 법을 적용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는 납품업체의 증언입니다. 납품업체가 "컬리가 오아시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을 요구했다" 혹은 "그러지 않았다"고 증언해야만 진상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어주는 납품업체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중소 납품업체에게 컬리와 오아시스는 모두 가장 중요한 거래처이니까요.

컬리의 지난해 거래액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오아시스 역시 40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곳 모두 이미 새벽배송 시장에서 선두권을 다투는 거대 플랫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납품업체가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진술하는 순간 다른 한 쪽과의 거래관계가 사실상 깨질 것이 확실한데 말입니다. 결국 오아시스가 공정위에 다시 컬리를 고발하더라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오아시스는 왜 컬리를 다시 고발하겠다고 밝혔을까요. 업계에서는 '상장 레이스'를 이유로 봅니다. 컬리와 오아시스의 목표는 새벽배송 플랫폼 최초 상장입니다. SSG닷컴 역시 경쟁자로 꼽히지만, 명품·패션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플랫폼인 만큼 직접 경쟁의 대상은 아니죠. 때문에 컬리와 오아시스가 내놓는 메시지는 서로를 저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보다 경쟁력이 있음을 어필하고, 먼저 높은 가치를 평가받으며 상장하기 위한 '견제' 차원이죠.

오아시스의 메시지가 품은 핵심 가치는 '실속'입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 구조를 정착시킨 플랫폼임을 어필하죠. 실제로 오아시스는 지난해 1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무리해서 판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온·오프라인을 적절히 혼합한 전략이 먹혀들었죠. 반면 컬리는 지난해 1162억원의 적자를 봤습니다. 설립 후 누적 적자는 2700억원에 달하고요. 실속을 강조하는 오아시스의 메시지가 컬리를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컬리는 '공헌이익'은 이미 흑자라는 답변을 내놓습니다. 공헌이익은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데서 나온 이익에서 개별 변동비를 제외한 이익을 의미합니다. 컬리가 새벽배송 자체로는 이미 흑자를 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련의 적자는 대부분 규모를 키우기 위한 투자의 결과라는 입장입니다. 거래액을 끌어올려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투자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점부터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 대표 플랫폼의 싸움은 업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렇다고 양사의 목표가 아예 다르지는 않습니다. 서로 벤치마킹하고 있죠. 컬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상품 카테고리를 다변화하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오아시스는 렌탈·라이브커머스 등의 시장에 뛰어들며 규모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죠. 여기서 오아시스가 컬리를 고발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규모를 빨리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불공정행위를 했다면, 누구라도 화가 나지 않을까요.

다만 이 갈등의 중심에 납품업체가 있다는 점은 참 씁쓸합니다. 납품업체는 플랫폼 산업의 명백한 약자입니다. 여기에 컬리와 오아시스의 갈등이 격해지고, 더 많은 증인이 필요하게 된다면 납품업자들은 다른 방식의 갑질에 노출될 겁니다. 이는 각 플랫폼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상장 과정에 흠집이 날 겁니다. 크게는 새벽배송 플랫폼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도 있고요.

컬리와 오아시스는 이제 펀치 주고받기를 끝내야 합니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크로스 카운터' 장면을 떠올려 볼까요. 동시에 주먹을 날린 두 등장인물이 다음 장면에서 일어서 있는 경우는 없습니다. 둘 다 한 방씩 얻어맞고 자리에 누워 있기 마련이죠. 허탈한 헛웃음은 덤이고요. 이런 장면을 보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없을 겁니다. 일방적 주장을 넘어, 타협을 통해 윈윈(Win-Win)하는 두 플랫폼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이것이 모두를 위한 길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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