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홀딩스가 변신을 예고했습니다. 최근 5개년 사업 계획 '위닝 투게더(WINNING TOGETHER)'를 발표했는데요. 윤근창 대표이사가 직접 나와 '글로벌 리딩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고요. 휠라의 브랜드 혁신 작업은 지난 2016년 이후 무려 5년 만입니다.
위닝 투게더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브랜드 가치 재정립 △고객 경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 △지속 가능 성장인데요. 우선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서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입 등 글로벌 조직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역량 강화와 '옴니 채널' 구축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고요. 그룹 차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내놨습니다.
이번 계획을 통해 2026년까지 연결 기준 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률 15~16%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향후 5년간 목표 투자액은 약 1조원에 달합니다. 이중 6000억원을 주주환원을 위해 사용하기로 약속했고요. 점차 연간 주주환원율을 높여 대대적인 주주환원을 이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휠라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휠라는 지난 1911년 이탈리아 필라 형제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1992년 휠라코리아가 국내에 론칭했고요. 이후 2007년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하면서 국내 브랜드가 됐습니다. 그러나 휠라는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한물간 중장년층 브랜드로 인식되며 2014년부터는 역성장을 지속했고요. 2016년엔 3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이랬던 휠라는 반전에 성공합니다. 윤 대표가 2015년 하반기 휠라코리아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브랜드 리뉴얼을 주도했는데요. 그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경쟁 브랜드보다 가격을 낮추고 ABC마트, 폴더 등 멀티숍에 진출시켰습니다. 여기에 레트로(복고)와 어글리 슈즈 유행도 휠라의 고속 성장에 한몫했고요. 지난 2019년 휠라홀딩스는 사상 최대 실적인 연결 기준 매출 3조4504억원, 영업이익 4706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다만 휠라의 인기는 다시 사그라드는 추세입니다. 플렉스(과시소비) 열풍이 불면서 고가 브랜드가 인기를 끈 탓인데요.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이 줄어 의류업계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은 영향도 컸죠. 휠라홀딩스의 2020년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9.3% 감소한 3조1288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21.3% 증가한 매출 3조7939억원을 기록했지만, 보복 소비와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다가 최근 휠라홀딩스의 실적은 대부분 아쿠쉬네트에서 나왔습니다. 아쿠쉬네트는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골프 브랜드를 전개하는 휠라홀딩스의 자회사인데요. 지난해 3분기 기준 휠라홀딩스의 누적 매출 2조9347억원 중 아쿠쉬네트 매출은 1조9532억원입니다. 전체 매출 중 66.5%를 차지하는데요. 본업인 휠라코리아보다 자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며 전체 실적까지 이끄는 셈입니다. 특히 골프웨어 산업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성장세가 꺾일 것이란 전망도 많고요.
업계에선 휠라홀딩스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본업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분석합니다. 휠라는 레트로 유행으로 부활에 성공했지만 최근 유행이 바뀌면서 다시 부진을 겪고 있죠. 결국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5개년 계획에서 휠라가 제시한 집중 스포츠 종목 이원화 및 확대, '휠라 퓨추라 랩' 등 연구개발(R&D) 센터 강화 등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고요.
실제로 휠라는 탈바꿈에 힘을 쏟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브랜드 본연의 정체성을 되살려 퍼포먼스(기능성 스포츠 제품) 라인을 강화한다고 밝혔는데요. 연이어 출시한 스켈레톤화, 사이클화, 러닝화 등 퍼포먼스 슈즈가 대표적입니다. 최근엔 공식 온라인스토어 전용 당일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고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추가 성장 동력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스타터, 쥬욕, 케즈 등의 국내 판권을 획득, 무신사 등에서 판매 중입니다.
휠라는 이번 5개년 계획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6년 국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브랜드 리뉴얼과 차이를 둔 건데요. 글로벌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윤 대표는 이미 2016년 브랜드 리뉴얼을 마친 첫해에 매출을 전년보다 161.6%나 올린 저력이 있죠. 휠라가 또다시 재도약에 성공,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