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1번가는 지난 2019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줄곧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적자 규모도 상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가는 올해부터는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작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 늘었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환경 속에서도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작년 11번가의 영업손실은 694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2020년 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적자폭이 약 7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큰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11번가는 "괜찮다"는 입장입니다. 11번가의 호언장담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대규모 손실의 충격을 애써 감추기 위한 제스처일까요?
사실 11번가의 대규모 적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유독 국내 이커머스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했을 겁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조치가 지속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11번가의 설명입니다. 더불어 투자도 감행했을 거고요.
실제로 11번가는 작년 하반기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 △라이브 커머스 ‘LIVE11’, AWS 솔루션 도입 △쇼킹배송(자정 전 주문 시 익일 도착) 사업 확대 △동영상리뷰·팁콕 등 소셜 쇼핑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손실은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11번가의 설명입니다.
11번가 관계자는 "작년 어려웠던 시장 상황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는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 투자를 단행하다 보니 손실이 늘었다. 올해부터는 성과를 내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시장 점유율 4위에 해당합니다. 2020년 기준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3강은 네이버, 신세계(이베이코리아 합산), 쿠팡 순입니다. 11번가는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다만 11번가와 상위 3개 업체와의 격차가 큽니다. 11번가의 바로 앞에 있는 쿠팡의 2020년 시장 점유율은 12.4%입니다. 반면 11번가는 6.2%입니다. 거의 두 배가량 차이가 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1번가는 작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함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국내에서 보다 쉽고 빠르게 아마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11번가도 이 서비스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연간 5조원에 달하는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 시장의 일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해외 직구 시장의 특성상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데다, 가격이나 배송 속도도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더불어 굳이 11번가가 아니더라도 이미 더 많은 제품들을 빨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루트는 많습니다. 소비자들이 꼭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을 이용할 요인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존 서비스는 11번가가 야심차게 꺼내 든 카드였습니다. 아마존과 꽤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쳤고 서비스 론칭을 위해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였던 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서비스를 론칭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11번가가 어떤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11번가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비록 작년 손실 규모가 크지만 내부적인 숫자들에서는 긍정적인 모습이 많다는 주장입니다. 11번가에 따르면 작년 연간 신규 입점 판매자 수는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신규 판매자의 연간 거래액도 전년 대비 24% 성장했습니다.
또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모바일 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도 최근 6개월(2021년 9월~2022년 2월) 기준 월 평균 약 914만명으로 전년 대비 61만5000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한 투자 탓에 비록 실적이 좋지는 않지만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11번가의 주장입니다. 외형적인 숫자보다는 내부적인 성장세를 봐달라는 '간절한 부탁'이기도 합니다.
11번가가 이처럼 간절한 부탁을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1번가는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가 예정돼있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 SK텔레콤에서 각종 M&A와 신사업 등을 담당해왔던 하형일 SK텔레콤 CDO(Chief Development Officer)를 신임 대표 이사로 내정했습니다. 하 대표는 SK그룹 내에서 전략가로 통합니다. 11번가의 성공적인 상장은 신임 하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입니다.
11번가가 작년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올 한 해 동안 작년 하반기에 투자했던 서비스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IPO는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서비스들이 실적으로 연결돼 성공적인 IPO의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하지만 보이는 숫자가 좋지 않습니다. 결국 성장성을 보고 '믿어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11번가 관계자는 "작년 대규모 손실이 난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손실들은 세]새로운 사업과 서비스 론칭을 위한 투자 때문에 생긴 것이다. 올해는 작년 손실 이상으로는 손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다. 올해 반드시 성과를 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11번가에 달렸습니다. 11번가가 대규모 손실에도 성장을 자신하고 있는 거은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IPO를 앞두고 있어서일 겁니다. 11번가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될지 여부는 11번가 올해 보여 줄 성과가 판가름 할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할하겠죠. 이는 곧 IPO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11번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무척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