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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빈 신원 부회장의 승부수…'유통망 확대·고급화'

  • 2024.03.01(금) 10:00

지난해 실적 다시 뒷걸음질
신규 수입 브랜드 동시 론칭
자사 브랜드 고급화·채널 확대

박정빈 신원 부회장 / 그래픽=비즈워치

박정빈 신원 부회장이 '패션 명가' 재건에 나섰다. 박 부회장은 자체 브랜드의 유통망 확장과 함께 신규 해외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젊은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와 채널에 집중하고 있다.
실적 회복세 꺾인 신원

업계 등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올해를 패션 명가 재건을 위한 원년으로 삼고 주력인 패션사업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이처럼 패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2020년대 들어 차츰 회복하던 실적이 최근들어 다시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신원의 패션 부문은 여성복 '베스띠벨리'·'씨', 남성복 '지이크'·'파렌하이트' 등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 신원 패션 부문은 2020년 매출액이 1515억원으로 줄어들고 영업손실이 153억원까지 치솟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차츰 실적을 회복해 2022년에는 매출액을 1911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영업이익도 14억원을 기록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307억원, 영업손실 15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실적이 하락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박 부회장은 자사 브랜드들을 통해 MZ세대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온라인 채널 확대에 주력하는 전략을 통해 실적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타깃층을 달리한 신규 해외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수입 브랜드 전열 재정비

박 부회장이 올해 새로운 수입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전개해온 세계적인 남성복 브랜드 '브리오니'와의 계약이 지난해 종료됐기 때문이다. 브리오니는 신원이 처음으로 선보인 수입 브랜드다. 2009년 당시 박성철 회장은 신원의 포트폴리오를 수입 브랜드로 확대하기 위해 브리오니를 선택했다. 신원이 처음 브리오니를 수입할 당시 연간 20억원이었던 브리오니의 매출액은 지난해 100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신원은 브리오니가 국내에서 계속 성장하자 향후에는 중국 판매권도 획득할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신원의 이런 구상은 지난 2022년 브리오니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에 따라 브리오니를 대체할 신규 수입 브랜드를 물색하던 박 부회장은 브리오니의 빈자리를 새로운 수입 브랜드로 '까날리(CANALI)'와 'GCDS'를 선택했다. 이들 브랜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에 선보인다.

까날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팝업스토어. / 사진=신원

까날리는 이탈리아 럭셔리 남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신원은 지난해 6월 이 브랜드의 국내 전개권을 계약했다. 지난 23일에는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까날리는 30~40대 전문직 고소득 남성층을 주 타깃으로 한다. 3대째 가족 경영을 하면서 원단 생산부터 제품 공정까지 모두 이탈리아에서 하는 럭셔리 브랜드다. 신원은 까날리를 백화점 명품관 등 고급 채널에 단독 매장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하반기 중 까날리의 골프 캡슐 컬렉션 론칭도 검토하고 있다.

까날리에 이어 지난해 8월 독점 계약을 체결한 GCDS는 이탈리아의 고급 스트리트 브랜드다. GCDS는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비비드한 컬러, 다양한 소재, 장인 정신을 결합한 제품으로 전 세계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GCDS 역시 최근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박 부회장은 각기 다른 소비자를 겨냥한 두 신규 수입 브랜드로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두 브랜드를 '신명품' 브랜드로 각인시켜 사업 영역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는 유통망 확대

박 부회장은 해외 수입 브랜드 신규 론칭과 함께 국내 브랜드들의 유통망 재정비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신원은 최근 장수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의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원은 지난해 대현이 운영하던 블루페페가 철수하자 이들 중 매출 상위 점포 10여 곳을 베스띠벨리 매장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2020년 300억원대였던 베스띠벨리의 매출액은 지난해 500억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정된다. 지난해 대리점을 크게 늘린 베스띠벨리는 온라인 전용 상품을 선보이면서 온라인 채널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스띠벨리의 올해 매출 목표는 600억원이다.

신원 베스띠벨리 매장. / 사진=신원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와 파렌하이트는 제품 고급화를 꾀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현재 성장세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 지이크는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하고 지난해 컨템포러리 브랜드 '스테인가르텐'을 론칭했다. 지이크는 올해 백화점, 대형 아울렛을 공략하고 스테인가르텐을 통해 온라인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파렌하이트는 프리미엄 캐주얼 라인의 유통망을 늘려 캐주얼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제고할 예정이다.

박 부회장이 2019년 야침차게 내놨던 신원의 첫 스트리트 브랜드 '마크엠'도 다시 글로벌 소비자들을 만날 채비를 한다. 마크엠은 중국기업과의 합작으로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중국기업과의 협력이 종료돼 신원이 마크엠을 단독으로 전개하고 있다. 신원은 마크엠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입점 면세점 수를 9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신원 관계자는 "지난해 패션업계가 모두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올해는 신규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자사 브랜드 유통망 확장을 통해 반등을 노릴 것"이라며 "유통망 확대와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주력인 패션 사업의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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