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신원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티앤엠)가 8년만에 처음으로 매출을 거뒀다. 티앤엠은 오너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년 사이 이자율 상승으로 금융 부담이 커져 압박이 거셌다. 이에 따라 신원이 배당 외에 용역을 통해 티앤엠의 지원에 나선 것이 8년만에 첫 매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원사격 나선 신원
티앤엠은 지난해 매출액 3000만원을 기록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티앤엠은 지난 2015년 24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을 끝으로 지난 7년간 매출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티앤엠은 광고대행업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이 전혀 없는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다. 10억원이 채 안 되는 이자 수익과 신원에서 받는 배당 등이 티앤엠의 유일한 재원이다.
티앤엠의 지난해 매출액은 모두 신원에서 받은 용역매출에서 나왔다. 티앤엠이 광고대행업을 하는 회사인만큼 신원이 광고 등 컨설팅 명목으로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티앤엠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신원으로부터 매출을 거둔 것은 최근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티앤엠은 수년째 영업수익이 없다. 크지 않은 이자 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니, 수년째 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티앤엠의 금융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티앤엠은 신원의 최대주주다. 신원 지분 24.4%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 악화로 티앤엠은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신원 지분의 96.5%에 해당하는 2500만5753주를 담보로 270억원의 대출을 받고 있다. 이 이자비용이 그대로 손실에 반영되면서 재무 상태를 악화시켰다.
실제로 티앤엠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간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렇다보니 계속 현금 유출이 이뤄지면서 2022년 말 기준 티앤엠이 보유한 현금은 150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최근 신원은 배당을 확대하면서 티앤엠의 지원사격에 나섰다.
신원은 지난 2022년에 11년만에 2021 연말 결산배당을 시행한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배당을 실시했다. 연결 기준 배당성향은 2022년 33.4%, 2023년 44.6%에서 올해 88.8%까지 상승했다. 세금 등을 제외하고 벌어들인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사용한 셈이다.
티앤엠이 신원으로부터 3년간 받은 총 배당 수익은 42억원이다. 신원으로부터 받은 배당과 매출 덕분에 티앤엠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승계 핵심오너 자금줄
신원이 티앤엠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티앤엠이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이자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원 오너 일가는 티앤엠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티앤엠을 통해 실질적으로 신원을 지배하는 구조다.
티앤엠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박성철 신원 회장이 3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정빈 신원 부회장과 박정주 신원 대표는 각각 23.8%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정환 씨도 티앤엠 지분 13.1%를 보유 중이다.
티앤엠은 이들 오너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박성철 회장은 지난해 티앤엠으로부터 추가로 10억원을 대여하면서 단기대여금이 127억원으로 늘었다. 박정주 대표 역시 티앤엠에서 11억원을 장기대여금 형식으로 받았다.
업계에서는 티앤엠이 향후 신원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티앤엠을 통해 신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 박 회장의 부인인 송기정 씨가 티앤엠 지분을 박정빈 부회장과 박정주 대표 등 두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 증여로 두 아들의 지분율은 동등해졌다. 신원의 경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두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