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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패션업체 신원, 쉼 없이 빨아들이는 자사주의 비밀

  • 2022.06.21(화) 07:10

신원①
박성철 창업주, 신원 지배 지분 20% 수준
신원, 2년간 사모은 자사주만 10% 140억
18%로 확대 전망…오너 든든한 ‘바람막이’

패션업체 신원이 쉼 없이 자기주식을 빨아들이고 있다. 최근 2년간 자사주를 사 모으는 데 뛰어든 횟수만 8차례다. 액수로도 140억원 가까이 된다. 오너에게는 든든한 ‘믿는 구석’이다. 

박성철 신원 회장(왼쪽부터). 박정빈 부회장. 박정주 대표.

주가 안정?…달리 읽혀지는 자사주 

21일 ㈜신원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3개월 일정으로 자사주식 150만주에 대한 장내 취득에 들어갔다. 현 발행주식의 1.57%(보통주 기준)다. 예상 소요자금은 25억원(17일 이사회 결의 전일 종가 1665원 기준) 가량이다. 5월13일~6월17일 1.05%(100만주·18억원) 매입에 이어 곧바로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주가 안정을 위한 것이다. 반면 신원의 경우 달리 읽혀질 여지도 있다. 사주(社主)의 지배기반을 메워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게 신원의 자사주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창업주 박성철(82) 회장의 지배 지분이 안정적인 편이 못되는 데서 비롯된다.  

신원은 여성복 베스띠벨리·씨, 남성복 지이크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업체다. 최대주주는 티앤엠커뮤니케이션즈(이하 ‘티앤엠’)이다. 광고대행업을 사업목적으로 하지만 매출이 전혀 없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다. 

박 회장의 가족회사다. 박 회장이 지분 39.22%를 보유한 1대주주다. 다른 주주들도 부인 송기정씨 14.88%, 장남 박정환(50) 목사 13.14%, 차남 박정빈(48) 부회장 20.03%, 3남 박정주(45) 대표 12.73% 등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티앤엠의 신원 지분은 18.80%다. 오너 일가도 있지만 얼마 안된다. 박 회장의 아들 3형제가 각각 0.54% 도합 1.62%를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0.44%로 20%를 갓 넘는다. 

2020년 이후 8차례 자사주 확보에 열일

오너 지배기반이 미흡한 편인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신원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16.20%나 되기 때문이다. 2006년 6월 자기주식 확보에 나선 이래 최근 2년여 동안에는 더욱 열일하는 양상이다.  

2020년 2월 이후 이달 중순까지 자사주 매입에 뛰어든 횟수만 7차례다. 거의 3개월에 한 번 꼴이다. 이렇게 사들인 자사주가 8.60%나 된다. 쏟아 부은 자금도 113억원에 이른다.  

자사주는 자금 조달은 물론 오너 지배구조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가령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 부양은 물론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만일 신원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면 박 회장 일가 소유의 티앤엠 등의 신원 지분은 24.41%로 높아진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있다면 우호세력에 넘겨 경영권을 방어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2015년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엔씨소프트는 자사주를 넷마블에 넘겼던 게 좋은 예다.  

따라서 이번 신원의 자사주 취득 또한 박 회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안전판 확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매입을 완료하면 자사주 지분은 17.79%로 확대된다. 외풍을 막아주는 사주의 든든한 ‘바람막이’인 셈이다. 또 있다. 전환사채(CB) 콜옵션(매도청구권)이란 ‘히든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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