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 디아이(DI)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탔다. 2대(代) 오너 형제는 1000억원이 넘는 주식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마냥 반가워 할 만한 일은 아니다. 고희(古稀·70)를 넘긴 나이, 세대교체를 준비 중이지만 주식 대물림이 한 주도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대로라면 창업주 3세들의 상속·증여세 부담이 적잖다.
디아이를 지탱하고 있는 형제 경영 기조에 맞춰 한날한시에 가업에 입문시킨 두 딸이다. 후대에도 사촌자매 경영으로 후계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3세들의 경영 보폭에는 엄연히 간극(間隙)도 존재한다.

박재은 입사 4개월 뒤 남편 합류…오드사업부 전담
반도체 테스트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모회사 디아이는 2대 최고경영자인 박원호(76) 회장과 전문경영인 조윤형 부사장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동생 박원덕(71) 부회장은 경영총괄 부회장이자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디아이 계열 5개사는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다. ▲반도체 장비-디지털프론티어 오성구, 디아이씨 우명동 ▲수(水)처리-디아이엔바이로 윤성식 ▲전자부품-디아이머티리얼즈 김래원 ▲2차전지 장비-브이텐시스템 정용승 대표다.
박 회장 형제는 5개 사업부문 중 간판사업인 반도체 장비 및 수(水)처리 부문 계열사들의 등기임원직도 나눠 가지고 있다. 디아이 지분 15.01% 최대주주, 14.25% 2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양분하고 있는 2대 오너 형제의 공동경영의 모습이다.
박 회장의 딸이 현재 계열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곳은 없다. 허나 디아이 경영에 합류한지는 한참됐다. 박 회장과 부인 김영희씨 사이의 1남1녀 중 장녀 박재은(52) 상무다.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9)의 누나다.
프랑스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Le Cordon Bleu) 출신이다. 요리사, 음식컨설턴트, 콘텐츠기획자로 활동했다. ‘육감유혹’(2006년), ‘밥시’(2008년) 등의 도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4년 말 디아이 신사업개발2팀 이사로 입사했다. 40살 때다.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오드(오디오)사업부의 해외영업·마케팅을 맡고 있다. 2019년 상무로 승진했다.
이 시기 남편은 전무로 승진했다. 임우석(49) 전무다. 경원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 콘텐츠 제작·유통업체 제이콘텐트리(현 콘텐트리중앙)에서 근무했다. 출판사 ‘나라북스’도 운영했다. 박 상무의 글과 임 전무의 사진을 엮어 책 ‘어느날 파리에서 편지가 왔다’를 펴내기도 했다.
박 상무가 입사한지 4개월 뒤, 남편도 마찬가지로 오드사업부 상무로 적(籍)을 둬 줄곧 기획·마케팅을 담당해왔다. 즉, 2015년부터 박 상무 부부가 오드사업부를 전담해 신사업으로 키워왔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덴마크), 카르마(네덜란드), 오마(미국) 등 해외 유명 오디오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사업이다.
사업 비중은 얼마 안된다. 디아이 작년 1~3분기 매출(연결기준) 3380억원 중 음향·영상기기 부문은 3.0%(100억원)를 차지했다. 2016~2024년을 보더라도 비중이 높아봐야 8.2%다. 2024년 1억원 남짓 영업흑자를 냈다. 이전까지는 2016년부터 9년간 많게는 55억원, 적게는 22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작년 1~9월에도 다시 1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박재연, 2차전지 진출과 동시에 계열사 이사회 진입
박 부회장의 딸도 사촌언니와 같이 2014년 말 디아이에 발을 들였다. 박재연(45) 상무다. 7살 아래지만 지금의 경영 보폭은 결코 좁지 않다. 디아이에 적을 두고 2개 계열사의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경영을 챙기고 있다.
미국 뉴욕의 버클리컬리지에서 패션마케팅을 전공했다. 한산컨설팅에서 근무했다. 2008년 8월 디아이가 100% 자회사로 편입한 주택건설 시행사다. 부친 박 부회장이 2009년 3월부터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던 곳이다. 2014년 12월 디아이에 흡수통합됐다.
이 무렵인 2014년 11월 개인 자격으로 카페 프랜차이즈, 펫 용품 수입 등에 사업목적을 둔 개인회사 이루원을 창업하기도 했다. 뚜렷한 사업 움직임은 없지만, 법인은 지금까지도 존속하고 있다. 이사진이 박 상무뿐인 1인회사다. 모친 송민정씨가 감사를 맡고 있다.
본점은 서울 강남의 ‘원조 부촌’으로 꼽히는 논현동의 부친의 자택 주소지에 두고 있다. 박 부회장이 2009년 9월 52억원에 매입한 단독주택이다. ‘[거버넌스워치] 디아이 ④편’에서 기술했듯이, 박 부회장이 앞서 2008년 10월 광학기기 업체 삼양옵틱스(현 LK삼양의 전신)의 지분 매각으로 209억원의 수익을 낸 뒤다.
박 상무는 33살 때 디아이에 입사했다. 이사를 달고 신사업개발1팀을 맡았다. 이어 2020년부터 신사업개발 담당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디아이의 핵심 미래 먹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디아이는 2021년 10월 2차전지 머신비전 기반의 검사장비 제조업체 브이텍시스템, 이듬해 3월 셀·필름 등 비전 검사장비 업체 프로텍코퍼레이션의 지분 각각 60%(60억원), 57.14%(20억원)를 확보, 경영권을 인수했다.
동시에 박 상무가 두 계열사의 이사진에 합류했다. 2021년 11월~2022년 8월에는 브이텍시스템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박 상무가 디아이의 2차전지 장비 시장 진출을 주도한 셈이다.
뿐만 아니다. 2024년 7월부터는 디아이머티리얼즈(옛 두성산업)의 이사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자파 차폐체(EMC), 흡수체, 열전도 시트 등을 생산하는 전자부품 업체다. 2011년 2월 디아이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지분 100%(141억원)를 인수했다.
결국 현재 오너 일가는 5개 사업분야를 ▲반도체 검사장비 및 수(水)처리 박원호·박원덕 2세 형제 ▲음향·영상기기 박 회장 장녀 ▲2차전지 장비 및 전자부품은 박 부회장 딸이 맡아 분할경영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박재연 상무의 경영성과는 엇갈린다. 브이텐시스템은 계열 편입 이래 2022~2024년 연평균 매출 91억원에 한 해 평균 11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1~9월에도 82억원 매출에 6억원의 흑자를 냈다.
반면 프로텍코퍼레이션은 2024년 매출 22억원에 순익적자 7억원을 기록했고, 최근 2차전지 업황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작년 5월 청산했다. 디아이머티리얼즈는 2024년 매출 121억원, 순이익 3억원을 낸 뒤 작년 1~3분기에는 6억원으로 적자로 전환됐다.
디아이가 2대 형제 경영에 이어 차기 ‘동생 승계’, 3대 사촌자매 경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향후 두 딸의 경영 행보 역시 디아이 지배구조에서 지켜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 [거버넌스워치] 디아이 ⑥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