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을 운영하는 하림산업이 지난 상반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장인라면 등 면류와 즉석밥, 국탕찌개 등 냉동식품을 제외한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특히 면 부문은 매출 200억원을 돌파, 연내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정도면 괜찮지?
하림산업의 지난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7% 증가한 497억72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성장률이 1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특히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고른 성과를 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더미식 장인라면과 비빔면, 요리면 등을 보유한 면류 부문은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146억원에서 올해 208억원으로 42.5% 늘었다. 면류 매출 208억원은 지난 2023년 연간 매출과 같다. 2년 새 면 매출이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출시한 오징어라면이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었다. 또 일반 라면보다 건더기와 국물 등이 풍성한 '요리면' 라인업도 외식 수준의 간편식을 원했던 프리미엄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푸디버디 라면도 '어린이 라면'으로 입소문을 타며 매출 개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주춤했던 쌀가공(즉석밥/냉동밥) 부문도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75억원에서 올해 114억원으로 50% 넘게 매출이 늘었다. 즉석밥의 경우 백미밥 외 귀리쌀밥, 메밀쌀밥, 현미밥 등 다양한 곡물 라인업을 갖춘 것이 최근의 '건강한 밥'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평가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햇반 정도를 제외하면 즉석밥 라인업을 10종류 이상 갖춘 브랜드는 거의 없다.
국탕찌개류가 포함된 조미식품 카테고리도 상반기에만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순항했다. 이는 전년 대비 50% 넘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치킨너겟 등이 포함된 냉동식품은 매출이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지난 5월 출시한 맥시칸 치킨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하반기를 기대하게 했다.
행사 없이도 팔릴까
좋은 지표만 있는 건 아니다. 상반기 하림산업의 매출조정금액은 182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87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매출조정은 매출에서 판매장려금이나 판촉 등의 금액을 계산해 차감하는 항목이다. 매출조정을 거친 후의 매출이 '진짜' 매출인 셈이다. 매출조정으로 차감되는 매출이 많다는 건, 그만큼 할인이나 판촉 프로모션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하림산업의 지난해 상반기 면류 매출은 매출조정 전 기준으로는 146억원이지만 매출 조정을 거치면 99억5000만원으로 감소한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이 실제 매출로 잡히지 않는 금액인 셈이다. 올 상반기 하림산업의 매출은 30%대 늘어난 반면 매출조정금액은 109% 증가했다. 판촉이 더 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매출조정 후 하림산업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40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98억원으로 2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조정 전 증가율 33%와 큰 차이가 있다. 이는 하림산업의 기형적인 영업손실과도 연관이 깊다. 하림산업은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매출 1968억원을 올리는 동안 영업손실 32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매출보다 30% 이상 많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다.
영업손실이 매출 규모보다 크게 나오는 건 매출보다 매출원가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매출원가는 1328억원으로, 매출액(802억원)보다 500억원 이상 많았다. 물류나 마케팅 등의 요인을 다 제하고 보더라도, 원가 1328원짜리 제품을 802원에 판 셈이다.
지난해까지는 낮은 공장 가동률로 인해 원가율이 높게 반영됐을 수 있지만 올해엔 가동률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즉석밥 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99%에 달하고 면 공장도 86%로 사실상 '풀 가동'되는 중이다. 즉 '판매량'은 많지만 '판매금액'은 많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더미식의 전략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눈 앞의 수익성보다는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건 신생 브랜드의 기본 전략이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의 특성 상 시장에 진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브랜드가 맛과 품질로만 경쟁하다간 '조기 철수'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일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기업이 감당할 수 있다면 초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건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며 "실제 론칭 초기에 비해 더미식에 대한 인지도나 평가가 많이 좋아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