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산업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을 앞세워 해물을 이용한 국물 라면을 출시했다. 해물라면 시장 내 2위 자리를 노린 승부수다. 후발주자로 진입한 더미식이 이번 라면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맛에 모든 걸 담았다
하림산업은 5일 오전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더미식 신제품인 '오징어라면' 시식회를 진행했다. 이번 신제품은 지난 2021년 더미식 론칭 이후 처음 선보이는 해물 베이스 라면이다. 작년 여름부터 선호도 분석에 나선 결과 오징어를 이용한 라면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높았기 때문이라는 게 하림의 설명이다.
하림산업은 오징어라면을 개발하면서 향보다 맛에 집중했다. 국물의 경우 오징어를 중심으로 해물 육수를 우려내 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렸다. 쫄깃한 식감을 위해 건더기 스프에는 동결 건조한 오징어를 사용했다. 면발도 놓치지 않았다. 기존 더미식의 주력 제품인 ‘장인라면’보다 얇은 면을 썼다. 국물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달 방영 예정인 넷플릭스 콘텐츠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제품 출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현재 더미식 모델이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정재는 더미식 오징어라면 광고에서 "향만 풍기는 오징어랑은 게임이 안 되지"라며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켰다. 광고의 전체적인 색감을 오징어 게임을 상징하는 색깔 중 하나인 분홍색으로 택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해물라면' 전쟁 참전
하림산업은 이번 신제품 출시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오징어국을 베이스로 둬 이미 시장에 포진한 해물 라면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주요 타깃층은 20~50대다.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맵기를 구사하기 위해 힘썼다.
이를 통해 해물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가져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윤아인 하림산업 라면담당 BM(브랜드 매니저)은 "현재 1위 브랜드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성장이 다소 미비한 이 시장에 힘을 보태고 싶어 20%로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더미식 오징어라면이 농심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오징어 짬뽕을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오징어 짬뽕 역시 국물과 건더기에 오징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1992년에 출시된 오징어 짬뽕은 연평균 400억원가량의 매출을 거둘 정도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더미식 오징어라면이 오징어 짬뽕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맛과 품질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어 시장 안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림산업은 국내 해물라면 시장 규모를 연 490억원 수준으로 봤다. 목표인 20%를 달성하기 위해선 약 100억원의 매출을 내야 한다. 올해 3분기 기준 하림산업의 면류 매출은 194억원이다. 장인라면과 푸디버디 등 라면 전체 매출의 절반 수준의 매출을 오징어라면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성비'가 최대 덕목인 라면 시장에서 쉽지 않은 목표다. 더미식 오징어라면(4개입)은 현재 대형마트에서 8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개당 2200원인 셈이다. 농심의 오징어 짬뽕이 1개에 976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3배가량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은 워낙 대중적인 음식이라 소비자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과는 차별된 맛을 원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오징어라면 만의 특별함이 없다면 시장에서 성공하긴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