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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300억 눈 앞…궤도 오른 장인라면의 다음 과제는

  • 2024.12.17(화) 16:44

3분기 매출 94억…147%↑
3년 새 신제품 20종 넘어
'얼큰한 맛' 개선은 숙제

김홍국 하림 회장/그래픽=비즈워치

김홍국 하림 회장의 숙원사업인 라면이 출시 3년여 만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출시 초 부정적인 반응에도 꾸준히 신제품을 내며 라인업을 확장한 게 통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 숨통 트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하림산업의 면류 매출은 194억원으로 지난해 전체(208억원)과 거의 비슷했다. 눈에 띄는 건 지난 1, 2분기까지는 매출이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3분기에 큰 폭으로 뛰면서 최대 매출 기록 경신을 눈 앞에 뒀다는 점이다.

하림산업 면류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1분기 하림산업의 면류 매출은 3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35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고 2022년 1분기 39억원보다는 오히려 적었다. 2분기 매출 64억원도 전년 동기 50억원보다 28%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올해 2분기까지 하림산업의 면류 누적 매출은 딱 100억원. 전년 매출이 208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3분기에 반등이 시작됐다. 3분기에만 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147%에 달했다. 지난해 연매출을 3개 분기 만에 채웠다. 남은 4분기는 라면 성수기로 꼽힌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라면을 찾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연말까지 300억원 달성도 가시권이다. 론칭 당시 노렸던 목표치인 700억원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첫 걸음은 뗐다고 볼 만하다. 

물량공세

하림산업의 면 매출이 늘어난 데는 꾸준한 신제품 출시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10월 '더미식 장인라면' 2종을 출시하며 라면 시장에 진출했다. 이듬해엔 요리면인 유니자장면 한 종류만을 내며 더미식 장인라면에 집중했지만 2023년부터는 신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23년 더미식 비빔면·더미식 메밀비빔면 등 여름 비빔면 2종을 내놓은 데 이어 요리면인 육개장칼국수, 어린아이용 라면인 푸디버디 빨강라면과 하양라면 등 총 5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들어선 속도가 더 붙었다. 장인라면 맵싸한 맛과 더미식비빔면 맵싹한 맛, 매움주의 장인라면, 오징어라면 등 매운 라면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늘렸고 요리면도 사천자장면과 초계국수를 출시했다. 푸디버디에서도 1월 까망짜장면에 이어 6월 미역국 초록쌀라면, 11월 핑크퐁당라면 등을 내놨다.

하림산업 면류 라인업/그래픽=비즈워치

하림산업의 더미식이나 푸디버디 브랜드가 아닌 '하림' 브랜드로 출시되는 라면들도 있다. 지난해 내놓은 챔라면을 시작으로 올해 용가리 불비빔면·불볶음면과 삼계탕면, 마라 쌀볶음면 등을 선보였다. 모두 하림산업의 면 매출로 잡히는 브랜드다. 

장인라면 론칭 이후 3년 만에 20개가 넘는 면 신제품을 내놓는 물량 공세에 나선 성과가 올해부터 터져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출시되자마자 호평받았던 비빔면류, 8000스코빌 이상의 매운 맛을 자랑하는 매운 라면류의 반응이 좋다. 라면업계의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 호실적을 낸 것 역시 비빔면과 트렌디한 매운 라면의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우리 장인이 달라졌어요

올해 들어 하림산업의 면류 사업 방침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지난해까지는 빨간 국물 라면과 흰 국물 라면, 비빔면, 짜장면 등 기존 라면업계가 구축해 자리잡고 있는 시장에 들어가는 평범한 전략을 고수했다. 당연히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략에 수정을 가했다. 기존 매운 라면을 뛰어넘는 8000스코빌의 '장인라면 맵싸한 맛'을 내놓더니 여름엔 비빔면도 '맵싹한 맛'을 출시하며 매운 라면에 대한 전문성을 강조했다. 3개월 후엔 맵싸한 맛을 뛰어넘는 1만2000스코빌의 매움주의 장인라면을 내놨다. 연말 출시한 오징어라면 역시 라면 시장의 소수파인 해물라면 계통이다. 눈에 띄는 브랜드가 농심의 오징어짬뽕 정도다. 틈새시장 공략으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어린이용 라면으로 출시된 푸디버디는 신생 브랜드가 틈새시장 공략을 넘어 아예 신규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연령대는 기업들이 라면 시장의 소비층으로 여기지 않던 나이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기존 라면에 물을 많이 넣어 싱겁게 만들어 먹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푸디버디 라면을 들고 있는 김홍국 회장/사진제공=하림산업

다만, 전통적인 라면 타입인 얼큰한 맛과 담백한 맛이 여전히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숙제다. 3분기 호실적을 이끈 비빔면류는 여름철에 매출의 70% 이상이 집중된다. 동절기를 이끌 수 있는 '메인 라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인라면 얼큰한 맛의 경우 이미 출시 3년이 지난 만큼 시장에서의 평가는 마무리됐다. 반등의 여지는 많지 않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거나 얼큰한 맛을 대신할 신제품 빨간 국물라면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소비자 후기 등을 통해 반응을 확인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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