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2년 만에 이사회 의장직을 맡습니다. 정 회장이 의장을 맡기로 한 회사는 바로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합작해 설립한 조인트벤처(JV) '그랜드오푸스홀딩'입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기업입니다. 정 회장이 이 회사의 의장을 맡는다는 건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두 회사의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는 의미입니다.
12년 만의 복귀
신세계그룹은 최근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주주총회를 열어 신규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이사회가 눈길을 끈 것은 정용진 회장이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멤버가 된다는 건 등기임원이 됐다는 뜻인데요. 특히 정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기로 했습니다. 정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는 것도,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것도 무려 12년 만입니다.
정 회장은 2010년 신세계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이사회 의장을 맡았습니다. 이듬해 4월에는 신세계에서 분할 설립된 이마트의 대표이사에도 이름을 올리면서 신세계와 이마트 양사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모두 겸직했죠. 하지만 2013년 3월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이사에서 퇴임하며 의장직을 내려놨습니다.
이후 정 회장은 12년간 그룹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인 경영을 계속해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이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등기임원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는 점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그래서 정 회장이 이번에 그랜드오푸스홀딩 의장을 맡기로 한 것은 상징성이 큽니다. 이사회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의장은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정 회장이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의장을 맡는다는 것은 G마켓의 주요 경영 결정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G마켓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거겠죠.
아픈 손가락
정용진 회장이 G마켓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의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입니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11월 이마트를 통해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했습니다. 인수가는 3조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었죠. 그만큼 정 회장의 G마켓 인수 의지가 상당히 강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그룹은 아직 이커머스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이 없었던 때였으니까요.
G마켓은 당시 독보적인 오픈마켓 1위 기업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15년이나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몸값'이었는데요.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의 가치를 5조원이라고 추정할 정도였습니다. 신세계그룹 외에 롯데그룹 등 쟁쟁한 인수 경쟁자들도 있었죠.
G마켓의 몸값이 뛰는 상황에서도 정 회장은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당시 정 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언급하면서 거액을 들여서라도 G마켓을 살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실제로 정 회장은 롯데그룹과의 본입찰 경쟁에서 약 1조원을 더 써내며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이 인수로 신세계그룹은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3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수 이후 G마켓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5년 연속 흑자가 무색하게 G마켓은 신세계그룹 품에 안긴 2022년부터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액 1조원 선마저 무너졌고요. 신세계그룹이 기대했던 SSG닷컴과의 시너지 효과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결국 정 회장이 선택한 것은 중국 알리바바 그룹과의 동맹이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둔 합작법인을 세우고 함께 국내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합작법인이 출범하게 됐습니다.
재도약 선봉에 서다
이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을 정 회장이 직접 맡은 것은 G마켓 재도약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신세계그룹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G마켓을 자회사로 두는 JV 이사회 의장을 정 회장이 맡는 것은 알리바바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 G마켓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G마켓 매각설 진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합작법인 설립 발표 이후 신세계그룹이 결국 G마켓 경영을 포기하고 알리바바 그룹에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바 있는데요. 정 회장이 직접 합작법인 의장을 맡으면서 이 매각설은 당분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합작법인 이사회에는 정 회장 외에도 제임스 동 알리바바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 장승환 G마켓 대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 등이 참여합니다. 양대 주주인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최고 경영진이 모두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것은 더욱 긴밀한 협업을 위해서입니다.
이사회는 주요 사안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원칙도 세웠다고 하네요. 만장일치 결정을 위해서는 의장의 의견 조율이 필수적입니다. 합작법인의 경우 양측 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정 회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G마켓 셀러 60만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알리바바의 AI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청사진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정 회장의 첫 번째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정 회장이 12년 만에 등기임원으로, 그것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것은 실패를 만회하고 G마켓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다짐으로 읽힙니다. 정 회장의 책임 경영 의지가 G마켓 재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