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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다 같은 '을' 아니다"…배달앱 상생협 또 '공회전'

  • 2026.05.07(목) 07:00

라이트요금제 둘러싼 온도차 뚜렷
업종별 이해관계 달라…입장 제각각
정부·을지로위 중재 역할 못해…3년째 반복

그래픽=비즈워치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또다시 표류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라이트요금제, 한시적 지원 등 카드를 내놨지만 입점업주 단체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인데요. 지난달 27일 예정됐던 2차 논의가 취소된 이후 회의 재개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업계에선 입점업주 단체간 구조적 이해관계를 중재해야 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돌고 돌아 '상한제'

최근 조용했던 상생협의체를 소란스럽게 만든 것은 지난달 28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공플협),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지난해 을지로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지난 4월 10일 1차 회의를 열었지만 입점업주 단체간 입장 차이로 27일로 예정됐던 2차 회의가 취소된 상태였는데요. 이 회의가 취소된 직후인 그 다음날 바로 전가협과 공플협이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겁니다.

전가협과 공플협은 배달앱이 상생협에서 제시한 상생안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주장의 중심에 선 건 '라이트요금제'입니다. 라이트요금제는 배달 거리를 1㎞로 제한하는 대신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대폭 낮춘 신규 요금제입니다.

중개수수료는 5%대 후반, 배달비는 2000원대 후반 수준인데요. 기존 최상위 구간(중개수수료 7.8%, 배달비 3400원)보다 2%포인트 이상 수수료가 낮고 배달비도 500원 가량 저렴합니다. 대신 기존 매출액 기준 4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던 차등 수수료 체계를 2개 구간으로 통폐합하는 개편이 포함됐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가협과 공플협이 이 라이트요금제를 두고 문제 삼은 것은 '배달 거리' 때문입니다.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점주들은 1㎞로 배달 거리를 제한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거리는 4㎞에서 1㎞로 줄어들지만 배달 가능 면적은 16분의 1로 줄어드니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렇다고 라이트요금제를 쓰지 않는다면 매출 구간 개편에 따라 일부 업주들은 오히려 수수료와 배달비가 오를 수 있다는 게 전가협 측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상생협의인데 오히려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이 늘어난다"며 "국회와 정부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법으로 규제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전가협의 이런 주장과 달리, 업계 일각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옵니다. 라이트요금제의 경우 배달 면적이 16분의 1로 줄어도 주문수가 그대로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배달 주문이 1㎞ 내외 근거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건데요. 전가협 측 자료에서도 "1.4㎞ 이내 주문 비중이 약 60%"라고 언급하고 있는 만큼 '매출 절반 이상 감소'라는 주장은 과장됐다는 지적입니다.

더 중요한 건 많은 입점업주들이 라이트요금제 도입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생협의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을지로위원회와 10여 차례 사전 회의를 거치면서 배달 반경을 좁히는 대신 수수료와 배달비를 크게 낮추는 방안을 논의해왔는데요. 상생협의체에 참여 중인 주요 단체 다수가 이 같은 논의의 틀 자체에 찬성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같은 상생안을 두고 입점단체간 해석과 입장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뚜렷한 입장차

이번 상생협의체에는 자영업자단체로 전가협, 공플협,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외에도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전국상인연합회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은 제각각입니다. 각 단체가 대변하는 업주들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배달 매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영업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업종인지에 따라 라이트요금제와 상생협의체의 진척 정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예를 들어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외식 점주들은 1㎞ 제한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치킨이나 피자처럼 배달이 주 매출원인 업종의 경우 영업 반경이 줄어들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 불완전한 합의에 몇년간 묶이느니 차라리 제대로 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영세 소상공인들 입장은 다릅니다. 배달 비중이 높든 낮든 일단 너무 영세하다 보니 수수료 1%라도 당장 낮추는 게 급선무입니다. 한참 뒤에야 완벽한 법이 만들어지길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겁니다. 조금씩이라도 개선되는 게 이들에겐 더 중요할 수 있겠죠.

그래픽=비즈워치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엔 조금 더 복잡합니다. 같은 본사 소속이라도 점주별로 매출 규모가 다르고, 또 본사마다 업종 특성이 다르다 보니 일률적인 입장을 내기 어려운데요. 과거에는 규제 입법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단체도 현재는 우선 협의 후 빠른 시행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이 워낙 다르다 보니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서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자영업자 단체간의 갈등은 3년 전부터 반복돼왔습니다. 2024년 7월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참여 단체간 입장이 너무 달랐죠. 이때 만들어진 상생협의체는 무려 5개월에 걸친 12차 회의 끝에 간신히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는 협의안에 반대하며 마지막 회의 도중 퇴장하기도 했고요. 합의 이후에도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을지로위원회 주도 상생협의체는 그 후속 논의 성격입니다. 그럼에도 참여 단체는 더 늘었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단체들을 더 많이 모아놓고 합의를 이끌어내려 하니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부의 역할 부재

결국 이런 구조적 문제를 중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을지로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입점업주단체 간 이해관계가 다른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중재해야 함에도 오히려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상생협의체 출범 초기, 을지로위원회는 여러 입점업주 단체 중 대표로 전가협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 과거 단체 간 갈등이 심했던 걸 감안해 소통 창구를 일원화한 걸 겁니다. 하지만 많은 단체들이 전가협과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자신들을 대변할 수 없다고 반발했는데요. 이후 공플협 등이 참여하면서 협의가 재개됐지만 전가협과 공플협이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면서 협상은 다시 교착된 상태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특정 단체의 목소리만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목소리 큰 단체가 다수를 대표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인데요. 참여 단체들의 입장이 다 다른데 하나로 묶으려 하다 보니 협상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입점단체 간 다름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한 발짝 걸어가서 소상공인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협의를 아예 안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늦어질수록 피해는 소상공인들이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생협의체는 2차 논의가 취소된 이후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3년째 같은 구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을지로위원회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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