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정상적인 취임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속전속결 물갈이 인사로 조직 장악에 나섰다. 본부 내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 수를 대폭 줄이고, 그룹 > 본부 > 부서의 3선 체제를 본부 > 부서 2선 체제로 축소해 빠른 의사 결정 체계를 꾀했다. 영업추진본부를 세분화해 경쟁을 유도하고, PB사업와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포석을 뒀다.
이건호 행장은 23일 본부 조직을 기존 10그룹 15본부 61부 1실에서 17본부 57부 2실로 가볍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본부 조직 내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 수가 기존 25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부행장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기존 10명인 부행장 수를 7명으로 줄이면서 10명 중 9명이 물러났다.
국민은행의 강점인 리테일 영업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영업그룹을 기획 및 지원기능 중심의 영업기획본부와 영업추진 중심의 영업추진본부로 분리해 경쟁을 통한 영업력 확대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1명이던 영업 담당 부행장이 영업기획본부, 영업추진1본부, 영업추진2본부 등 3명으로 늘었다.
영업기획본부장(부행장)에 홍완기(54) 충청동지역본부장, 영업추진1본부장(부행장)에 백인기(55) 전 경기•강원지역본부장이 새로 선임됐다. 영업추진2본부장(부행장)엔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헌(56) 경영그룹 부행장이 임명됐다.
그러나 이처럼 영업본부에 세 명의 부행장을 둬 본부 간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요구한 것은 자칫 은행 내의 과열 경쟁으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영업을 잘 알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기업금융본부장엔 이홍(55) 전 중소기업영업본부장, 여신본부장엔 오현철(54) 전 경수지역본부장이 새로 부행장에 올랐다. 리스크관리본부장에는 임병수(55) 여신심사본부장이, 고객만족본부장엔 박지우(56) 국민카드 부사장이 자리를 옮겼다.
영업기획과 영업추진에 3명의 부행장을 배치하고, 기업금융과 리스크관리엔 중소기업과 여신심사를 맡았던 본부장을 배치해 영업력 강화와 중소기업에 대한 리스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이건호 행장이 1959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홍완기 부행장과 오현철 부행장이 1959년생일 뿐 나머지는 이 행장보다 나이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나이나 출신을 따지지 않겠다는 이 행장의 발언이 지켜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행장이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다 보니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많다.
자산관리서비스 전담부서인 WM사업부와 PB센터는 PB사업부로 통합해 영업추진동력을 강화했다. 해외 사업의 강화를 위해선 글로벌사업부를 전략본부에 편제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과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수립을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 본부는 부행장이 아닌 전무 또는 상무급으로 추후 추가 인사를 낼 예정이다. 경영관리그룹, IT그룹, HR그룹 등이다. 이에 따라 이번 조직개편으로 9명의 부행장이 물러난 대신 기존 본부장급에서 6명이 승진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직 개편은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조직의 내실을 다지고 영업 중심의 조직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노조의 출근 저지에도 취임사를 배포하고 조직개편과 부행장 인사를 속전속결로 단행, 노조의 취임 반대와 상관없이 행장으로서 공식 업무를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