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18일 국민은행장을 내정 발표하면서 임영록 회장 출범에 따른 인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인물은 아니다. 친절하게도 새 정부 들어 공무원 사회에 발들 들여놓은 관가의 고위 인사가 충분히 공지(?)해 줬다. 그래서 충격이라고까지 얘기하긴 뭐하다.
KB금융은 2013년 장마가 한창인 7월, 대항해를 위한 조타수를 모두 구했다.
이건호 신임 행장 후보에 대한 관치논란도 물린다. 옛 조흥은행에서 리스크관리 부행장(1999~2003년)을 했고, 국민은행에서도 2년간 같은 일을 봤다. 이 분야에서 전문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부인사가 아니라는 말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내부의 정서와 다소 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저 앞서 회장 자리를 꿰찬 임 회장의 낙하산 논란에 정당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제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제 한배를 탔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출신 성분을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KB금융을 비롯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유독 출신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그래서 좋은 합병 사례가 없다고도 한다.
소위 낙하산 논란이 거세질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조직 구성원의 심정적인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얘기하는 리더십과도 유사하다. 우리나라 은행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를 경계한다. 그렇다고 조직 구성원과 동떨어져 가는 CEO의 리더십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외부인으로서 덩치 큰 엄청난 조직의 군기잡기용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이것의 효과는 좋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조직원들의 군소리는 금방 수면 아래로 잠수한다. 그러나 불만이 없어지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당신 갈 길 가세요, 당신보단 내가 이 조직에 더 오래 남아 있을 테니….” 대부분 이런 심정이다.
이런 건 곪은 것을 째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괜찮습니다, 아프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강요할 뿐이다. 그래서 KB금융과 KB국민은행은 위기다. 노조의 행장 후보 출근 저지 반발과 소요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KB국민은행을 구성하고 있는 옛 국민, 옛 주택은행 출신들은 국책금융기관으로 충분히 살아봤다. 은행원으로 출발한 내가 최고봉인 은행장에 오르는 건 아무리 서울 법대를 나와도 안 된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았다.
다시 그 시절이 오버랩 되는 것이 향수인 사람도 있지만, 국민•주택 합병 후 입행한 은행원들에겐 이게 도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의아할지도 모른다.
현재의 ‘KB’라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은 옛 김정태 행장이다. 외부인이다. 그때도 은행에서 행장 출근 저지는 연례행사였다. 국책은행에선 더 셌다. 그러나 당시 김 행장은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단번에 행장실로 들어갔다. 김 행장이 조직원의 마음을 얻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