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회계·컨설팅 법인들이 속속 해외 기업공개(IPO) 준비기업의 감사 및 자문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증시로 자금 조달 경로를 확대하는 가운데 회계법인들은 전담 조직을 만들고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는 등 먹거리 선점에 나섰다.

빅4, 전담 조직 신설하고 중점사업 채택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 회계법인들은 글로벌 IPO 자문서비스 전담 조직을 신설하거나 올해 중점 사업으로 선정해 추진 중이다. 회계법인들은 해외 IPO 수요가 있는 기업과 접촉해 딜을 소싱하는 역할부터 현지 기준에 맞춘 회계·세무 컨설팅, 증권신고서 작성, 상장 이후 공시 등 관련 업무 전반을 지원한다.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있는 곳은 삼일PwC와 삼정KPMG다.
삼일PwC는 작년 7월 기존 해외상장 서비스팀을 개편해 '글로벌 IPO팀'이라는 이름의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총 9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삼일은 단순 재무제표 전환 뿐만 아니라 미국 상장기업감시지원센터는 현지 상장기업감사기준(PCAOB)에 맞춰 외부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일은 2003년 나스닥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한 웹젠과 LG디스플레이,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모회사)의 상장 전 회계감사를 맡은 바있다.
삼정KPMG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증시에 특화한 'US IPO 자문팀'을 꾸려 운영 중이다. 강상현 파트너 회계사가 자문팀 리더로 있으며, 파트너 인력도 초기 5명에서 현재 20명까지 늘렸다.
삼정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직상장, ADR 방식, 스팩(SPAC) 합병상장 등을 모두 자문한 이력을 자랑한다.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상장을 전담했으며, 케이웨이브미디어의 스팩합병 효력 발생을 지원했다. 올해는 해외 상장 자문을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EY한영은 해외 상장 준비기업의 감사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PO팀'을 운영 중이다. 이전에도 미국 IPO 관련 자문서비스를 2021년부터 수행하고 있었지만 전담 부서로 상장 전 기업의 외부감사, 세무, 재무자문을 수행해왔다.
이 팀은 박정익 감사부문 파트너가 조직을 이끌고 있고, 국내 회계법인 중 유일하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근무 이력이 있으면서 한국에 상주 중인 자본시장리더를 포함한 전문 파트너 20명으로 꾸려져 있다. 이와 함께 IPO 감사에 PCAOB 감사를 수행할 자격요건을 갖춘 150명이 프로젝트에 따라 투입된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달부터 해외 상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IPO 전담팀'을 출범했다. 회계, 세무,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 평가 및 SEC 신고를 비롯해 상장 전 준비 단계부터 상장 후 관리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회계감사부문 소속 하성호 파트너가 해당 부서를 이끄는 가운데 미국 상장기업들에 대한 회계, 세무, 재무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미국 IPO 시장 경험이 있는 전문 파트너 7명으로 구성됐다.
IPO 시장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세
회계법인들은 최근 미국, 인도 등에서 글로벌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정KPMG 회계법인이 지난 15일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IPO시장 건수 및 자금조달 규모는 2021년 3186건, 6130억 미국달러(USD)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4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였고, 작년 연간 IPO를 통한 조달금액은 전년대비 5% 증가한 131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진행된 IPO 건수 및 자금조달 규모는 230건, 420억달러를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인도,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시장이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에도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EY가 발표한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IPO건수는 총 291건으로 기업들은 293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미주 지역에서는 IPO 건수가 62건, 자금조달 규모는 89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0%가량 성장했다. 미국에 상장한 기업 중 58%가 미국 외 기업일 만큼 글로벌 자본 유입이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들 역시 해외 증시를 찾는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다. 2020년대 들어 쿠팡, 더블다운인터렉티브, 한류홀딩스, 캡티비전,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줄줄이 NYSE와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직상장, ADR 방식, 스팩 합병 등 루트도 다양하다. 또한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해 인도증권거래소(NSE)와 뭄바이거래소(BSE)에 상장했다.
강상현 삼정KPMG US IPO 자문팀 리더는 "미국 시장 상장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또는 입법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성공적인 미국 상장 준비에 있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자문이 필수적이며, 서비스별 산업별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