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최근 불거진 회계업계의 보수 덤핑 문제에 대해 '회계개혁을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계법인들 간 보수 올리기 경쟁이 심화되자 감사 품질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리법인과 비영립법인 회계감사 원칙을 아우르는 회계기본법 입법과 지방자치단체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자체법 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회계법인 덤핑에 금감원 특별감리 나서야"
최운열 한공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사보수를 30% 할인해서도 감사 품질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바람직하지만, 감사 비용의 지나친 덤핑은 결국 감사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회계개혁 목표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회계법인들 간 감사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감사보수 인하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사보수가 과도하게 낮아지는 사례도 등장했다. 올해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이 지정감사 기간 받은 감사보수 대비 자유수임 감사보수는 1억1400만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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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제도적으로 지나친 감사비용 인하를 견제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법인들 간 감사보수를 조율한다면 담합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공정거래 이슈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여러가지 방안을 고려중"이라며 "지나치게 감사비용이 떨어진 경우 금감원이 해당 회계법인에 대해 특별감리를 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등 정부가 나선다면 공정거래 이슈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외부감사인을 선임시 감사비용 점수 비중 축소, 감사위원회의 책임 강화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덤핑 원인과 주기적 지정제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덤핑은 지정제의 폐해가 아니다"라며 "지정 때에도 과도하게 (보수를) 인상했다면 문제겠지만 그렇게 보수가 올라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간당 평균감사비용이 2013년 9만6000원에서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후인 2023년 11만8000원으로 올랐는데, 10년간 평균 물가 상승률이 38%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 상승률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수습 회계사 취업난 문제 관련해서는 경기 위축을 고려해 합격자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과 기존 합격자 사이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을 할지가 고민"이라면서도 "1200명의 수습회계사 합격 규모는 우리 경제 규모로 봤을 때 그렇게 적은 숫자가 아니며, 어려울 때 적게 뽑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햇다.
동시에 최 회장은 "이익을 많이 냈다가도 내년에 경기가 나빠질 것 같다면 이익을 유보할 수 있다"며 회계법인의 인센티브 구조를 지적하기도 했다.
회계기본법 입법·지자체법 개정 속도
회계 관련 입법에 대해선 강한 의지를 표했다.
우선 회계기본법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에도 포함된 만큼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는 법인형태에 따라 감사 기준이 각자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회계기본법을 만들어 이를 아우르는 통합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한공회는 지난해 TF를 만들어 입법을 추진 중이다. 현재 1차 연구를 마쳤으며, 2차 연구를 진행중이다.
최 회장은 "소규모 기업과 공공기관, 사립학교의 회계가 주무부처도 다르고 근거법령이 달라 감사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굉장히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다양한 조직에 공통적으로 적용가능한 기본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게 회계기본법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을 맡은 여당의 이번 대선공약에 회계기본법 제정이 대통령 공약에 들어가 있어 앞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이번 정부에서 법이 제정되는게 가장 바람직하고, 2~3년 정도 추진해 우리 사회전반적인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 민간위탁사업 결산을 회계감사에서 간이 검사로 변경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다.
지난 2022년 서울시의회는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회계감사'의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는 조례안을 의결했다. 원래 회계법인만 민간위탁사업비 감사가 가능했지만 세무사도 검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열어준 것이다. 이후 경기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등 각 지자체에서 조례 변경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회계업계에선 회계 투명성 저하 등을 지적했고,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위탁사업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게하는 법이 발의된 상태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국민의힘 소속 박수민 의원이 이같은 내용의 지자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 회장은 "기본적으로 세무사와 공인회계사의 업무는 의사와 수의사처럼 완전히 다르다"며 "지자체의 위탁사업규모가 어느정도 이상이면 반드시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법이 통과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