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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좀 뀐다는 사람 다 모인 KB국민

  • 2014.07.04(금) 14:50

KB국민은행의 메인프레임 교체 문제에서 시작한 지주회사와 은행 경영진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현재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기대했던 조기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신속한 판결을 기대했으나, 여지없이 꺾였다. 우리나라 대표 은행의 사실상 경영 공백 사태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IT 솔루션 회사의 상도의를 벗어난 탄원 메일 한 장을 받은 이건호 행장은 앞으로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못한 채 성급했다. 많은 금융인은 IBM의 행위를 스캔들이라, 이 행장은 ‘교과서 경영자’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은행 중 최대 규모인 2만 1114명의 임직원을 이끄는 수장은 너무 순진했다.


메일을 건네받은 정병기 감사는 무슨 비밀 수사라도 하듯 내부 시스템을 깡그리 뭉갰다. 내부 감찰이라는 업무의 속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금감원으로 들고 가면서 조직 안에서의 문제 해결 기회를 날려 버렸다. 금융인들은 이를 돈키호테에 비유한다. 경영 정책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온데간데없고 모두가 모두를 향해 총을 겨눈 서바이벌 게임이 됐다.

임영록 회장의 손길이 미친다고 보는 국민은행 이사회는 한국IBM과 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어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노조는 이날 이사들의 은행 출입을 막았다. 이사회는 쫓겨나 외부에서 열렸다. 노조는 이미 사외이사를 비롯해 8명의 이사를 업무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은 부대를 지휘할 능력마저 의심받는다. 계열사인 은행의 수장과 은행 이사회가 충돌한 상황에서 해결이나 중재를 위한 어떠한 솔루션도 제시하지 못했다. 본인에게 내려질 징계의 수위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오비이락 격인 감사원 문제도 임 회장에게 호의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부당함은 당연히 밝혀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소명 절차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제재 과정에서의 구명 운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금감원장이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로비 엄단’를 경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흡사 ‘누가 더 센가 보자’는 국면이다. 그래서 국민은행은 글렀다. 방귀 냄새만 진동한다. 이 더운 여름날, 고객 찾아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직원들이 애처롭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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