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이 결국 쫓겨났다.
임 회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에 맞서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끝까지 버텼지만, 믿었던 KB금융 사외이사진이 등을 돌리면서 강제로 옷을 벗게 됐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KB금융 사장에서 출발해 절치부심 끝에 회장 자리에 오른 임 회장은 자신이 오른 사다리를 걷어차는 실수를 범하면서 KB금융 잔혹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불명예을 떠안게 됐다.
◇ KB금융 이사회, 임 회장 해임
KB금융지주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다. 임 회장은 앞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임 회장이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만큼 회장직 수행이 어렵다면서 해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반면 김영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 해임은 명백한 관치금융이라면서 반대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막판까지 임 회장의 자진 사퇴를 설득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표결에 붙여 7대 2로 해임안을 가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임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직을 잃게 됐다. KB금융은 조만간 주주총회를 열어 등기이사 해임안도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면 임 회장은 직무정지 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KB금융 복귀는 불가능해진다.
◇ 지나친 두려움에 발목 잡히다
임 회장은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가난한 집안에서 서울대를 거쳐 행정고시를 패스했고, 공직생활 역시 비주류로 꼽히면서도 기획재정부 차관까지 오르면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오랜 야인생활을 거치면서 격에 맞지 않는다던 KB금융 사장으로 출발해 결국 회장 자리까지 꿰찼다.
세간에선 관피아 낙하산으로 불리지만 사실 낙하산으로 보긴 어렵다. KB금융 회장직에 오르는 과정에서 관이나 정치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KB금융 사장 시절 절치부심하면서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에게 공을 들였고, 그 덕분에 어윤대 전 회장을 밀어내고 회장직에 올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제2의 임영록이 두려웠던 임 회장은 지배력 강화에 집착했다. 2인자는 용납하지 못했다. 본인이 오른 사다리였던 KB금융 사장직을 없애고,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을 KB금융지주 이사회 멤버에서 제외하면서 절대권력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임 회장의 욕심은 결국 화를 불렀다. 나름대로 든든한 뒷배경을 가지고 국민은행장에 오른 이건호 행장은 임 회장의 견제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학자 출신으로 융통성마저 부족했던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표출했고 결국 두 사람의 공멸로 끝을 맺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