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회장·행장 겸임 여부는 새로 선출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이 문제를 당장 결론짓지 않고 차기 회장의 뜻을 반영해 결정하는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회의 책임론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또다시 중대한 의사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어보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론 회장-행장을 분리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보였던 이사진들의 의중에 따라 '분리'쪽에 힘이 실릴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 이사진들 원칙 "분리"..여론 의식 "회장 뜻 반영"
KB금융 그룹사 한 관계자는 "회추위에서 (회장·행장을) 겸직해라 말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장 선임 후에 결정하는 게 맞다는 쪽으로 논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B금융 이사진들은 그동안 회장과 은행장 겸임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론 "분리가 맞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KB사태' 이후 겸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이사진들은 이 문제를 "차기 회장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명목으로 회장 선출 이후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와중에 KB금융 안팎의 겸임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이사진들로선 적당히 여론을 살피면서 시간을 벌 수 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겉으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이사진들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선·후의 문제일 뿐 '분리'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시각이다. 향후 회추위는 KB회장 후보군 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과정에서 겸임 의사 등을 확인하고, 자격을 판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장을 뽑는 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도 회장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뜻이 반영될 수 있다.
일정 기간 겸임을 하면서 KB금융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체제도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출하되, 은행 내부 출신의 은행장을 뽑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 'KB사태' 일단락..회장 선임 작업 급물살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이 28일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을 사퇴키로 했다. 임 전 회장이 등기이사 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그를 해임시켰던 이사진들의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10월초 100명 안팎의 전체 회장 후보군을 확정한 후 같은 달 2일 제3차 회의에서 10여명의 1차 후보군을 추려낼 예정이다. 압축된 후보군에 대해선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 평판조회를 하고, 4차 회의에서 4명 내외로 후보군을 압축한다. 이들에 대해 심층면접을 거쳐 빠르면 10월 하순쯤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회추위는 그간 낙하산 인사 및 폐쇄적 회장 선출과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던 만큼 이례적으로 'CEO 후보 자격 기준'을 공개하기도 했다. ▲CEO로서의 충분한 개인적 품성과 자질 ▲폭넓은 리더십 역량 ▲금융산업 및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지식 ▲KB금융의 경영환경에 적합한 경영능력 등으로 구분해 평가기준들이 나열돼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