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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성골 김옥찬의 “Die”, 판을 흔들까④

  • 2014.10.08(수) 15:45

7인의 레이스가 된 KB금융의 네 번째 이야기
“준비 안 됐다, 이미 KB를 떠난 사람” 사퇴의 변

KB금융 회장 후보 김옥찬 씨는 굳이 따지면 KB 성골이다. 후보 중 순수한 내부 출신은 그뿐이다. 유력한 회장 후보였다. 그런 그가 어제(7일)저녁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이유는 명확히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KB금융 회장 후보에 오르기 전부터 시작한 SGI서울보증보험 사장 지원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관측한다.

해석은 간단하다. 서울보증보험에 주력하기 위해 아직은 불확실한 KB금융 레이스를 계속 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유력한 KB금융 후보이긴 하지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현실적인 결정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해 보이진 않는다. 유일한 순수 국민은행 출신으로 KB금융 회장 자리와 서울보증보험 자리를 두고 왜 고민이 없었을까? 치열한 고민의 결과가 서울보증이라면 그만한 이유도 있어야 한다. 서울보증을 포기하고 끝내 KB금융 회장에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당장 궁핍한 것도 아니다. 그는 현재 피치 코리아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다.

◊ 이동걸 후보에 튄 불똥…약일까, 독일까

김옥찬 부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회장으로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서치펌에서 연락이 왔을 때도 고민을 많이 했으나, 본의 아니게 여기까지 왔다. 나는 이미 KB를 떠난 사람”이라고 짤막하게 사퇴의 변을 밝혔다. 물론 서울보증 사장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김옥찬 씨의 서울보증 지원을 배제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그래서 고민이 깊어진다. 현재 서울보증 사장 공모에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 출신들도 많이 도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절차상으로는 오는 10일까지 공모 접수를 하고, 이달 말 사장을 결정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래서 현재로써는 가정일 수밖에 없다. 만약 김옥찬 씨가 이들 캠프 출신들을 누른 것이라면, 사회 전반적인 관피아 부담 속에 캠프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얘기다. 현재 KB금융 레이스에도 캠프 출신이 있다. 이동걸 후보다. 그래서 초반부터 유력 후보로 분류했다. 사실상 박 캠프에서 금융인 수장 역할을 했다.

이렇게 본다면, 김옥찬 씨의 사퇴는 이동걸 후보에겐 께름칙할 수밖에 없다. 보기에 따라선 김옥찬 씨가 노조에서 강하게 반발하는 이동걸 후보의 발목을 제대로 낚아챈 것일 수도 있다.

정반대의 관측도 있다. 소위 ‘보이지 않는 손’ 문제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선 금융 공기업과 금융그룹 수장 자리를 논하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이런 측면에서 김옥찬 씨의 KB금융 회장 후보 사퇴를 ‘교통정리’로 해석하는 것이다.

같은 사안이지만, 한편에선 관피아의 부담 속에 캠프 출신들이 역풍을 맞은 것으로, 다른 편에선 더 큰 자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교통정리로 보는 것이다. 이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쓰일 역사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있을지도 모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벌써 보이면 재미도 없다. 어쨌든 김옥찬 씨의 후보 사퇴는 이동걸 후보의 향배에 영향을 주는 국면이다. 두 분 모두 유력 후보로 분류했었다.

KB금융 회장 후보 레이스의 일차 지진이다. 이 지진의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진앙도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추가 여진이 있을지도 역시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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