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찬 SGI서울보증보험 사장(대표이사)이 KB금융 사장으로 내정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겸 국민은행장이 행장직을 분리하는 대신 지주 사장 자리를 내준(?)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당국과 금융권 안팎에서 KB금융 회장·국민은행장 분리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KB금융은 공석이었던 사장을 선임하는 것으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김옥찬 사장 내정자는 지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겸임하면서 앞으로 추진할 대우증권 인수 등 비은행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 결국 사장 선임으로 입장 정리
윤 회장은 1년 전쯤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당분간 조직이 안정될 때까지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겠단는 의사를 밝혔다. 오는 11월 21일 취임 1년이 다가오면서 회장과 행장직 분리가 또다시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KB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제 행장직을 분리할 때가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체제에선 행장직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KB금융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겸임을 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사실상의 압박이었다.
이런 외부의 시각과 달리 KB금융 내에선 여전히 회장과 행장직 분리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지난해 KB사태 이후 지배구조가 안정을 찾기 전 행장을 선임했다가 자칫 권련다툼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 회장도 조직 장악 측면에선 은행장을 선임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행장을 따로 두지 않는 대신에 사장을 선임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KB금융 한 관계자도 "은행장에 대해선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 KB 출신으로 타협점 찾은 김옥찬
김옥찬 사장 내정자(사진)는 KB출신인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연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이번 선임의 무시 못할 배경으로 관측된다.
KB금융지주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 CEO로서의 경험과 리더십, KB내부 출신으로 KB사정에 정통하고, 조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추천 배경을 밝혔다. 앞으로 KB금융이 추진할 대우증권 인수와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강화 쪽에 주력할 예정이어서 명분도 충분하다.
김 내정자는 1982년 옛 국민은행에 입행, 재무관리그룹 부행장, 경영관리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 6월엔 민병덕 행장 사임으로 한달간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KB사태 직후 이어진 'KB금융 회장 레이스'에선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린 9명의 후보군에 윤종규 회장과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중도에 자진사퇴했다. 당시 KB금융 회장 후보에 오르기 전부터 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유력하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왔고 실제 사장으로 선임됐다.
◇ 서울보증 사장엔 최종구 전 금감원 수석 부원장 유력
김옥찬 사장 내정자는 지난해 10월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에 취임한 후 1년 만에 자리를 옮기는 셈이 됐다. 선임 당시에도 그랬고, 이번 KB사장 자리로 이동하는 것 역시 최경환 부총리의 입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김옥찬 사장이 떠난 서울보증보험 사장 자리엔 최종구 전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 전 부원장은 행정고시 25회로 옛 재무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했고,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관리관(차관보)을 거쳐 지난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