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현직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연임 우선권 등이 포함된 CEO승계 프로그램 논의가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임될 신임 사외이사들에게 공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CEO 승계방안이 포함된 지배구조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연임 우선권 도입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오는 9일 이사회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지난 이사회 때 안건으로 올라간 절충안, 즉 현재의 공모 방식과 연임 우선권을 절충해 현직 회장과 내·외부 후보자를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고 경쟁시키는 방식이다. 그리고 현재의 공모방식을 유지하되 일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방안과 아예 차기 이사회로 넘기는 방안이다.
김영진 사외이사 등이 연임 우선권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당국 등의 부정적인 시각을 무릅쓰고 이를 도입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연임 우선권 도입이 장기집권 혹은 연임 욕심이라는 논란이 빚어지자 윤 회장 다음부터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이사회에선 아예 원래대로 공모방식으로 가되 CEO 승계 프로그램의 취지를 살려 일부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쪽으로 가자고 제안한 것 역시 윤 회장의 부담감을 방증한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이미 연임 우선권 도입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김 이사를 포함한 현재의 사외이사들은 지난 KB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이번 주총에서 모두 물러나기로 한 상태다. 사실상 9일 이사회에서 마지막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셈이다. 굳이 물러나는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을 밀어붙일 개연성이나 명분도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따라서 다음 이사회로 공이 넘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에서 결론이 안 나면 다음 이사회에 넘겨 조금 더 검토하고 새 이사진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주총에서 KB금융 이사회는 새롭게 꾸려진다.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 한종수 이대 경영대 교수 등 7명의 사외이사 후보들이 최종 선임된다.
마침 금융위원장도 바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오는 10일 청문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KB금융으로선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고, 그 사이 금융당국이나 여론의 분위기도 살필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연임 우선권 도입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이사진들 역시 선임 후 첫 의사결정에서부터 이미 한 차례 논란을 빚었던 사안을 무리해서 처리하기는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