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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잡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 2016.07.25(월) 16:54

연임 우선권 포기…불필요한 논란 차단 '고육지책'
자신감 표현이지만, 임기말 더 큰 혼란 부를 수도

KB금융지주 이사회가 결국 현직 회장에 연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뺀 경영승계 규정을 확정했다.

 

지난해 숱한 논란을 일으키고, 윤종규 KB금융 회장 개인적으로도 홍역을 치렀던 사안인 만큼 예상할 수 있었던 결론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동시에 윤 회장이 가진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지배구조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자, 언젠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을 또다시 뒤로 미뤘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11월은 정권 교체기와 맞물리는 만큼 거센 외풍과 함께 KB금융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임 우선권 1년 4개월 만에 결론 '없던 일'

예상했던 수순대로 흘러갔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해 초 지배구조 개선 작업 과정에서 컨설팅사의 제안으로 현 회장에게 연임 의사를 먼저 묻는 방안(연임 우선권)을 검토했다.

 

당시 이사회가 이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거셌다. 윤종규 회장의 연임 욕심이란 얘기부터 권력화 혹은 장기집권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윤 회장과 이사회는 집중포화를 받았다. 금융당국 역시 곱게 보지 않았다.

 

특히 당시 이사회 멤버들이 KB사태에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었고, 자기 권력화로 인한 비판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원죄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KB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를 앞두고 있던 당시 이사회는 쏟아지는 비판과 논란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차기 이사진에 공을 넘겼다.

 

그리고 1년 4개월만인 지난 21일 새로운 이사회는 연임 우선권 없이 CEO 자격 요건과 선임 절차 등을 담은 경영승계 규정을 만들어 결의했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 프리미엄 없이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확대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여러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 자신감 담은 현명한 선택?

사실 이 건으로 한차례 고초를 겪었던 윤 회장이나 이사진 모두 또다시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결정을 할 리 만무했다. 윤 회장과 이사회의 현명한 선택이기도 하다.

KB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KB사태 이후 내부에서 연임이라는 단어는 사실상 터부(taboo; 금기)시 되는 분위기"며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윤종규 회장의 자신감도 엿보인다.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그룹의 숙원을 풀었다. 한때 CEO와 이사진의 갈등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면 이사회가 윤 회장에 힘을 실어줬고, 윤 회장은 성공한 M&A로 화답한 셈이었다.

아울러 4년 만에 상반기 1조원 넘는 순익을 달성하는 등 실적이 본궤도에 올라선 점도 자신감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 안전장치 없는 지배구조 '내년이 더 걱정'

반면 우려도 만만치 않다. 애초 연임 우선권이 거론된 건 KB사태를 겪으며 낙하산 인사 등의 폐해를 피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차원이었다. 실제로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신한금융이나 하나금융의 경우 외부 압력이 덜하다 보니 연임에 대한 부담 없이 내부 출신 회장을 뽑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포기하면서 앞으로 두고두고 지배구조를 흔드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다른 금융그룹과 마찬가지로 오픈해서 회장을 뽑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지만, KB금융이 늘 외압과 낙하산으로 시달려온 만큼 교통정리의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도 많다.  

게다가 윤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11월 말,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있다. 비집고 들어갈 틈만 생기면 언제든 낙하산을 노리는 세력이 KB 주변에 도사리고 있고, 그런 세력이 더 많을 수 있는 시기다. 불과 몇 달 전 총선 직후에도 국민은행 상근감사위원회에 금융경력이 전혀 없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거론되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국민은행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대우건설 사장 선임에서도 유력 정치인의 외압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낙하산 논란으로 얼룩지고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영 연속성과 지배구조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이와 관련해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외압을 가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며 "과거의 낙하산 폐해도 제도보다는 이사진의 문제일 수 있고, 현 사외이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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