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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으로 배우는 KB금융 레이스⑥

  • 2014.10.15(수) 09:59

내일(16일)이면 KB금융 회장 후보가 4명으로 추려진다. 동시에 마지막 레이스로 이어진다. 회장추천위원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한다. 최종 후보는 오는 22일에 발표한다. 내정자는 다음 달 21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그래서 관심이다. 나머지 3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를 관전하는 포인트는 회장-행장 분리 여부다. KB금융 사태가 회장과 행장 모두 퇴임으로 막을 내리고, 이사회가 회추위를 구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장이 행장을 겸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우리나라 금융지주회사의 자산 포트폴리오상 옥상옥(屋上屋) 비판이 많았고, 그 중심에 KB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주장은 꼬리를 많이 내렸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정황으로 보면 대충 짐작은 간다. 우선 KB금융 이사회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분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예상한다. 자신들과 처지가 같은 은행에 포진한 이사회 멤버들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하는 꼴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다.

후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지만, 이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것이란 기대도 거의 없다. 후보자들은 지금 시험을 보는 것이다. 출제자의 비위를 거스르는 답을 내놓기 어렵다. 게다가 외부 출신 회장 가능성도 여전히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세다. 지주회사 자산의 80~90%를 차지하는 은행 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중간 버퍼가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황영기 후보를 제외하고 인터뷰한 매체는 “6명의 후보 중 명시적으로 ‘겸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적었다. ☞‘KB엔 바로 이 사람…아직은 안 보인다’(중앙일보) 후보자들의 워딩을 직접 보면 대부분 애매한 답변이다. ‘파이널 4’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한 채점자들이 분명하게 있는 상황에서 소신을 곧이곧대로 말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어렵다.


또 다른 변수도 봐야 한다. 내부 출신이 됐든 외부 출신이 됐든 ‘현재의 KB금융 이사회가 온전히 행장 선임권을 회장에게 줄 것이냐’의 문제다. 그동안 KB금융 이사회는 상당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전임 이건호 행장은 KB금융의 이사회에도 참여하지 못할 정도였다. 현재 이사회는 이런 세간의 평가를 부인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은 그렇게 본다.

그래서 차기 회장에게 차기 행장 선임과 관련한 절대적인 권한이 보장되지 않고, 이사회의 입김이 계속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물론 명시적으론 ‘상호협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것의 실체적 진실은 상당기간 파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임영록, 이건호 두 명의 낙하산도 선임 당시엔 큰 무리가 없었다. 사고가 터지니 알게 됐을 뿐이다.

그래서 발칙한 상상을 해 봤다. 이제 레이스 참여자는 4명만 남는다. 한 명은 회장 자리에 오른다. 행장은 따로 뽑을 태세다.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외부 출신 회장이라면 내부 출신 행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내부 출신이더라도 출제자들의 의중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회추위는 분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내부 출신으로 분류하는 후보들은 행장에 머물더라도 크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고스톱 치다 흔히 나오는 ‘쇼당(しょうだん·商談)’이 가능할까? 합종연횡 또는 러닝메이트라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복잡한 셈법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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