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가까이 끌어온 KB금융 사태가 결국 1, 2인자의 동반 퇴진으로 막을 내렸다.
금융권에선 이번 기회에 KB금융은 물론 금융권 전반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하산 인사에서 후진적인 지배구조까지 제대로 손을 봐야 한국 금융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그동안 KB금융 잔혹사에서 항상 갈등 구조의 중심에 서있으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온 이사회를 전면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 최우선 과제는 낙하산 근절
KB금융 잔혹사의 근본 원인은 낙하산 인사에 있다. 정치권과 관의 입맛에 따라 외부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꽂히다 보니 수장이 바뀔 때마다 줄서기 문화와 함께 조직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낙하산 인사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부 승계를 비롯해 제대로 된 후계구도 양성 프로그램 마련이 일순위 과제로 꼽힌다. 금융회사의 임원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낙하산을 걸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회장과 은행장을 뽑는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바꿀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존 회장이나 관의 입김 아래 있는 사람들이 회장과 은행장을 뽑는 구조론 외풍을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프로그램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외풍이 차단되지 않으면 또 다른 낙하산을 낳는 창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제도보다는 외풍의 주체인 정치권과 관의 기본적인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지배구조 밑그림도 다시 그릴 필요
지주회사 체제에서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지배구조 역시 손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부분의 금융지주회사가 은행의 비중이 절대적인데도, 회장과 은행장을 나누다 보니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회장과 은행장 간 반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은행 위주의 지주회사 체제에서 제각각의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혼란과 대립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B금융의 경우 여기에다 스스로 권력화한 이사회도 갈등 구조에 한몫했다.
이에 따라 회장과 은행장의 책임과 권한을 보다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주회사는 그룹 전반의 장기 발전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짜는 역할을 맡고, 개별 은행의 경영과 인사는 은행장에게 일임하는 식이다.
은행장이 회장을 겸직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주회사 전반의 관리업무가 필요하다면 지주회사 사장을 뽑아 맡길 수 있다. 임 회장의 해임과 함께 새로운 회장과 은행장을 뽑아야 하는 KB금융은 당장 회장과 은행장 겸임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 거수기? 권력화? 이사회도 쇄신 필요
이번 기회에 이사회에도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KB금융 이사회는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갈등 구조의 중심에 서왔다. 자기 권력화로 필요에 따라 회장을 갈아치우면서도 정작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 KB금융 사태 역시 이사회의 책임이 크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임 회장 편에서 서서 주전산기 교체를 무리하게 주도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이 과정에서 견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임 회장 편에서 수수방관했다. 금융당국이 임 회장의 해임을 주문하자 이번에는 임 회장에게 비수를 꽂았다. 그러면서도 이사회 차원에서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책임지는 사람도 전혀 없다.
그러다 보니 KB금융 이사회가 경영 정상화의 주체가 되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새로운 회장 선임을 기존 이사회에 맡겨선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KB금융은 임 회장 해임에 따라 곧바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게 된다. 회추위는 기존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경재 의장을 비롯해 KB금융 이사회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서 “그룹의 1, 2인자 동반 퇴진한 만큼 함께 경영을 주도한 이사진도 일괄 사퇴로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