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결국 백기투항했다. 이 의장은 KB금융 주주총회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KB금융 이사진의 거취와 맞물린 금융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일(21일) 공식 취임하는 윤종규 회장 내정자 역시 큰 부담을 덜고 윤종규 식의 새판짜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KB금융 사외이사 줄사퇴?
이 의장의 사퇴로 다른 사외이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의장과 함께 내년 3월 임기가 돌아오는 사외이사는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이사 등 6명 이다. 이 가운데 이 의장과 고승의 이사는 어차피 임기 5년을 모두 채우게 돼 더 이상 이사직을 유지할 수 없다. 나머지 사외이사들도 1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연장보다는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늘(20일)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사실상 KB금융 사외이사를 겨냥한 측면이 크다. 어차피 KB금융은 이 모범규준에 따라 교수 등 학계 출신의 사외이사 비중을 줄여야 한다. KB금융은 사외이사 9명 가운데 6명이 교수·학자로 그 비중이 다른 은행 지주사들 가운데 가장 높다. 또 재선임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KB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들 사외이사들의 연임 명분은 약해졌다.
◇ 금융당국 LIG인수 승인 심사 탄력?
이 의장의 사퇴로 LIG인수 승인 심사도 탄력을 받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의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LIG 손보 인수 승인 심사를 미뤄왔다. KB금융에 인수를 아예 재검토하라고도 했다. 이사회가 KB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인수 승인을 내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앞서 금융위 관계자는 "공은 이미 (KB금융 이사회로) 넘어갔다"며 "이렇게 된 이상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심사는 힘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반대로 이사진들이 자진사퇴하면 심사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까진 이 의장 홀로 사퇴를 밝힌 상태이다. 금융당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 한 명의 사퇴로 지배구조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는 오는 26일 열린다. 이 때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변화라 판단된다면 심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 KB금융 안팎에선 벌써부터 조심스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외이사의 '사'자만 나와도 "노코멘트"로 일관, 간접적으로 부담감을 내비쳤던 윤 내정자도 한 층 가볍게 첫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윤 내정자는 내일 오전 10시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