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태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한 가운데 KB금융 일부 사외이사들이 해임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KB금융 사태가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이 직무정지 징계에 대한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에 나서면서 금융당국과 외나무다리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 임 회장, 행정소송…갈 때까지 간다
임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금융위원회가 내린 ‘직무정지’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접수했다.
임 회장의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은 금융당국과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금융권 수장이 당국의 제재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 회장은 KB금융 이사회의 자진 사퇴 권고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면서 KB금융 이사회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17일 저녁 간담회를 열고 임 회장 해임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미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한 바 있어 해임 절차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 일부 사외이사들 관치금융 ‘반발’
하지만 KB금융 이사회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임 회장의 해임이 부당하다면서 당국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공식화되고 있어서다.
KB금융 사외이사인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회장의 해임 건에 대해 “명백한 관치로, KB를 망하게 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 외에도 조재호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사외이사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이 본인에 대한 해임 안건을 쉽게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란 이사회 분위기를 간파하고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이 이미 몇몇 사외이사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마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 금융당국 맞서 반란 일으킬까
사실 KB금융 이사회는 대부분 임 회장의 라인들이다. 실제로 임 회장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아예 제외하는 등 이사회 멤버 10명 가운데 본인을 제외한 9명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들로 채웠다.
금융권에선 그럼에도 금융위가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만큼 KB금융 이사회도 어쩔 수 없이 임 회장을 내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최수현 금감원장에 이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직접 만나 직간접으로 압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임 회장과 일부 사외이사들이 관치금융을 내세워 반발하면서 KB금융 사태는 또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 '외나무 대결' 어느 한쪽은 치명타
만약 KB금융 이사회에서 임 회장에 대한 해임 건이 부결되면 KB금융 사태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과 임 회장 그리고 이사회가 더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KB금융 조직 전반이 당분간 아노미 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임 회장의 직무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오히려 금융당국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조기 진화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와 함께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임 회장의 행정소송에 맞서 금감원과 함께 법무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KB금융 이사회가 계속 임 회장을 감싸고 돌면 이사회 역시 배임으로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과 당국이 전면전에 나서면서 어느 한쪽은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