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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KB사태 '공범'…고양이에게 생선을?

  • 2014.09.06(토) 11:18

금감원장, 이사회에 KB금융 경영 정상화 주문
이사회가 KB 개혁 주도할 자격이 있는지 비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이사회에 KB금융그룹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주문하면서 양 이사회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양 이사회가 KB금융의 개혁 주체로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특히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주전산기 교체 논란의 당사자로 ‘중대한 위법행위’를 방조 내지는 동조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 역시 임영록 KB금융 회장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임 회장의 뜻에 반하는 과감한 개혁 조치를 내놓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난 4일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금감원장, 이사회에 KB금융 정상화 주문

최수현 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중징계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을 만났다. 그리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중징계에 따른 뒷수습과 함께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최 원장은 “고객과 시장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특단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철저한 조직과 인적 쇄신을 통해 경영의 독단과 공백을 해소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사회가 두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공백에 따른 KB금융의 경영 정상화를 주도해달라는 얘기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 5일 긴급 임시회의를 열어 박지우 수석부행장을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하고,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은행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제를 정비하는 등 경영 정상화 방안도 다각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이번에 문제가 된 주전산기 선정 작업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재개하기로 했다. KB금융지주 역시 추석 연휴 후 이사회를 열어 임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은행 사외이사 위법행위 ‘공범’

하지만 양 이사회가 과연 KB금융의 정상화를 주도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이번 주전산기 교체 논란의 당사자다. 임 회장의 편에 서서 주전산기 교체를 주도한 장본인들이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이건호 행장이 주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감사보고서를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한국IBM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주전산기 교체를 방해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방조 내지는 묵인한 데서 그치지 않고 임 회장 편에 서서 적극적으로 공조했다는 얘기다. 최 원장의 발표대로면 ‘중대한 위법행위’의 공범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재개하기로 한 주전산기 선정작업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벌써 나온다.

6명의 사외이사는 김중웅 의장을 비롯해 박재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오갑수 전 금감원 부원장, 강희복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송명섭 중앙대 교수, 조인호 덕성여대 교수 등이다.

◇ KB금융 사외이사진 집단권력화 상징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 역시 개혁의 주체로선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은 자기 권력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현 사외이사진이 대부분 임 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이경재 의장은 2012년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를 무산시키는 과정에서 당시 임영록 KB금융 사장과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당시 보험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ING생명에 격렬히 반대했던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 취임 후엔 입장을 180도 바꿨다. LIG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선 ING생명과 비슷하게 가격 논란이 있었지만, 흔쾌히 찬성표를 던졌다.

현재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모두 9명으로 이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 서울대 교수와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종천 숭실대 교수, 조재호 서울대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교수, 김영과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명직 한양대 교수, 신성환 홍익대 교수 등이다.

◇ 사외이사 선임과 구성도 개선할 필요

이 때문에 이번 기회에 KB금융의 지배구조 전반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에서 더 나아가 회장과 은행장 선임 방식은 물론 이사회 선임과 구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령 KB금융 사외이사진의 경우 회장은 물론 사외이사 자신을 스스로 뽑는 구조다 보니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넘어 무소불위의 집단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필요에 따라 CEO와 손을 잡거나 대립하면서 잊을만하면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도 하다.

어 전 회장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베이징 술자리에서 사외이사들에게 술잔을 던진 일이나, 일부 사외이사의 선임을 막기 위해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에 내부정보를 흘린 사례 등이 이런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 역시 사외이사진의 권력 남용 사례로 볼 수 있다.

대부분 대학 교수로 꾸려지다 보니 전문성과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진은 걸핏하면 경영진과 대립하면서 문제를 일으켜왔다”면서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사외이사의 자격 요건을 더 강화하고, 선임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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