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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는 별이다, 별은 꿈이다

  • 2013.07.24(수) 18:53

2001년 4월 11일. 논란 많던 국민•주택은행이 합병 협상을 마무리했다. 마지막까지 쟁점은 합병 은행장을 누가 하는 문제였다. 당시 국민의 김상훈 행장과 주택의 김정태 행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결과는 뚝심의 김정태 행장이 승리했다(2001년 7월 26일). 우리나라 금융사(史)에서 민(民)이 관(官)을 이긴 첫 사례이지 않을까 싶다.

만약 그때 김상훈 행장이 합병 은행장이 됐다면 지금의 국민은행은 어떤 모습일까?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전제만큼 의미 없는 짓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보통 사람들은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지금 국민은행이 관치금융의 논란이 일고 있어서 이 얘길 꺼낸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최고 경영자(CEO)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태 행장은 주택은행장 시절부터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했다. 한국 금융의 별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마침내 그는 그해 11월 1일 합병은행장에 취임하고, 11월 9일 자본주의의 심장이라는 미국 뉴욕 한복판에 한국 금융의 ‘별’ 깃발을 꽂는 것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KB는 별이다. 김정태 행장이 제시한 꿈이다. 이질적인 두 은행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목표다. 지금 국민은행의 CI다. CI에서 'K'는 별을 형상화했다. 스타의 노란색은 지금도 여름이면 거리에서 흔히 본다. 국민은행 직원들은 이 노란색 여름철 간편복을 즐겨 입는다.

합병 국민은행의 광고 모델이었던 탤런트 김태희 씨는 별을 상징하는 왕관을 쓰고 노란색 원피스로 KB를 그렸다. 막 데뷔했던 김태희 씨는 그 광고 그대로 탤런트 시장의 큰 별이 됐다.



KB의 12년 전 그런 생각은 현재 얼마큼 실현됐을까? KB를 이끌 새 선장과 지도부는 이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꿈은 그저 꿈이었다는 얘기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국민은행의 해묵은 파벌 싸움을 본인들이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과거 김정태 행장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두 은행에서 임원을 뽑지 말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 행장은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당시엔 지금보다 두 은행의 갈등이 훨씬 더 심각했는데도 말이다.

KB금융그룹의 새 지도부는 현재가 위기라는 점을 들어 리스크 관리에 능한 자신들이 적격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위기다. 전 세계가 그렇다. 그래서 최상층 3인방이 모두 리스크 관리를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소위 KB의 3R(3명의 Risk management)이다.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포메이션이다.

아쉬운 점은 한둘이 아니다. 경영진은 노조와 대화하겠다고 하지만 진심으로 그런지는 분명치 않은 것 같다. 임 회장의 취임사에서 드러난 메시지는 온통 경고만 있다. 이 행장은 출근이 저지된 다음날부터 속전속결 물갈이 인사를 했다. 현실을 직시해야 대안이 나온다는 점에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꿈이 없다’는 반응도 많다. 조직을 다시 서게 하고, 뭉치게 하는 건 꿈이다. 뭉치면 파벌은 없다. 꿈은 꿈일 뿐이라 하더라도 조직원과 많은 사람은 그 꿈을 먹고 산다. 꿈이 없다는 것은 별이 진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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