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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고질병' 곪아 터지는 KB금융

  • 2013.11.24(일) 12:18

잇단 해외발 악재로 몸살…개별 아닌 구조적 문제 지적
정권 바뀔 때마다 낙하산…조직 전반 정치화로 부작용

KB금융그룹이 잇단 해외발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도쿄지점의 비자금 의혹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과 중국에서도 국제적인 물의를 일으켰다. 은행 본점 직원의 국민주택채권 90억 원 횡령 사건까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꼬리를 물고 있는 악재들이 개별 사건이 아니라 KB금융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면서 아래위 할 것 없이 조직 전반이 정치화됐고,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 역시 심각한 지경에 이르면서 곪았던 종기들이 하나둘씩 터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이제 KB금융엔 전통적인 소매 경쟁력은 사라지고, 정치만 남았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내곡동 헌인릉에서 바라본 상공에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장병들이 고공 낙하를 하고 있다.

◇ 카자흐스탄 BCC 부실은 낙하산 회장 리스크


최근 금융감독원이 현지 조사에 나서면서 불거지고 있는 카자흐스탄 뱅크오브센터크레디트(BCC) 부실 건은 낙하산 회장이 가진 리스크를 잘 대변해준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면서 중장기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이 2008년 지분을 인수한 BCC는 40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내면서 대표적인 해외진출 실패 사례로 꼽힌다. BCC는 인수 당시부터 숱한 의혹을 낳았다. 강정원 당시 행장이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은데다, 인수 가격도 크게 부풀려진 탓이다.

실제로 강 전 행장이 KB금융의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자원외교에 열을 올리던 이명박 정권에 줄을 대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강 전 행장의 무리수는 아직도 국민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중국 현지법인 인사 논란은 낙하산 인사 후폭풍

국민은행이 금감원의 지도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중국 현지법인장과 부법인장을 동시에 교체한 건은 낙하산 인사에 따른 후폭풍으로 볼 수 있다. 낙하산 회장이 바뀌면서 전 회장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인사는 임영록 회장 취임 후 ‘어윤대 지우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교체된 법인장과 부법인장 모두 고려대 출신으로 어 전 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모 법인장은 어 전 회장이 중국 진출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금감원은 물론 중국 금융당국도 현지법인의 잦은 인사 교체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건이 국내 금융권의 중국시장 진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현지 국내 금융권 인사들도 “최악의 인사”라고 평가할 정도다.

◇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은 중간 간부 정치화 반증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비자금 의혹은 내부 조직의 정치화가 중간 간부들 사이에도 만연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쿄지점의 비자금 의혹은 해당 지점장이 자격이 안되는 기업들에게 부당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챙긴 단순 횡령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돈의 일부가 전 경영진이나 내부 고위인사에게 흘러들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로 들어온 비자금 중 일부가 상품권 구입에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로또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적이 있는 인물이 승승장구해온 사실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자연스럽게 내부 로비설이 흘러나온다. 일부에선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을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내부통제 시스템에도 구멍이 드러났다. 국민은행은 앞서 도쿄지점에 대해 두 차례나 내부감사를 했지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감사가 부실했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얘기다.

◇ 은행장 업무 보는 본점도 예외없이 금융사고

은행장이 업무를 보는 은행 본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민은행 본점 신탁기금본부 직원들이 국민주택채권을 포함한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수법으로 90억 원이라는 거액을 횡령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채권 만기가 5년이고 이후 국고로 환수되는 과정에서 이들 직원이 제3자와 짜고 내다 파는 방식으로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자체 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직원의 이 사건에 대해 금감원은 곧바로 내일(25일)부터 특검에 들어간다.

◇ 잇단 낙하산 인사로 KB금융 안팎으로 정치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KB금융 안팎의 정치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내부 연고가 없는 낙하산 회장이 부임해 무리한 사업을 펼치고,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하다 보니 능력보다는 정치가 우선하고, 그러면서 내부통제도 엉망이 되는 수순이다.

KB금융은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회장을 비롯해 임원들은 늘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회장이 외부 출신인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그러는 사이 전통적인 소매금융 강자였던 KB금융의 경쟁력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권 실세가 KB금융을 좌지우지하면서 그동안 묵혀놨던 문제들이 일제히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금융에 문외한이던 인사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국민은행의 내부 통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고 이것이 하나 둘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과 사람을 잘 모르는 외부 CEO가 오면 적응 과정에서 낭비가 심하고, 부작용도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도 내부 출신으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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