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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의 뿌리를 찾고 경쟁자를 배운다

  • 2015.02.15(일) 12:29

윤종규 회장의 눈에 띄는 사외이사 영입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최운열 서강대 교수 등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사외이사 구성을 통해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故 김정태 행장 때부터 확립한 시장 마인드를 다시 찾고 경쟁사의 합리적인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부추천위원회(위원장 황건호, 이하 사추위)는 15일 최근까지 세 차례의 사추위를 열어 주주와 외부 서치펌 2개 회사로부터 추천받은 총 85명의 사외이사 예비후보에 대한 인선자문위원회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사외이사 7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KB금융의 최종 사외이사 후보는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부소장,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김중회 현대카드 고문(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다.

이중 김중회 고문은 고사 입장을 밝혔다. 김 고문은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김 고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달 전쯤 서치펌으로부터 추천 사실을 전해 듣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측의 제안이 먼저 확정됐다”며 고사 의사를 밝혔다. 다만 KB금융 측은 여전히 김 고문을 설득하고 있다.

금감원 부원장을 연임한 김 고문을 제외하더라도 이번에 공개된 KB금융의 사외이사 후보들은 무게가 상당하다. KB금융이 그동안 사외이사 문제를 홍역을 앓은 만큼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는지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사외이사 후보 중 김유니스 교수와 이병남 원장, 박재하 부소장은 KB금융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실시한 사외이사 예비후보 주주제안 제도에 따라 선정됐다.

KB금융은 지난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 예비후보 제안권을 부여해 같은달 23일까지 주주 제안을 받았고,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주주들에게서 제안을 받아 사외이사를 선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최영휘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최대 경쟁금융그룹인 신한금융그룹 출신인 최영휘 전 사장을 영입한 것은 압권이다. 우리나라 금융사에서 경쟁업체의 전직 CEO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최 전 사장은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가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사무관으로 재직했으나, 미래가 보장된 경제관료 자리를 박차고 1982년 신한은행이 세워질 당시 합류한 신한의 창립 멤버다.

이후 국제부장, 뉴욕지점장, 종합기획부장 등 요직을 거쳐 1999년 신한은행 부행장, 2001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3년엔 신한금융 사장을 맡아 라응찬 회장에 이어 그룹의 이인자에 올랐다. 최 전 사장은 신한은행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BNP파리바를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오고, 굿모닝증권과 조흥은행 인수를 진두지휘하면서 그룹의 브레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라응찬 전 회장과의 불협화음 끝에 2007년 신한을 떠났다.

최 전 사장과 함께 눈에 띄는 인물이 최운열 서강대 교수다. 최 교수는 故 김정태 행장이 주택은행장을 맡아 우리나라 은행권에 시장 마인드 바람을 일으킬 때부터 국민은행과 함께했다. 이런 최 교수의 스타일은 그의 이력에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증권학회장, 금융학회장, 규제개혁위원, 금융감독선진화추진위원회장 등을 역임했다.

리딩뱅크로 국민은행이 제일 잘나가던 시절이 故 김정태 행장, 윤종규 부행장(CFO), 최윤열 사외이사가 호흡을 맞췄던 시절이다. 우리나라 은행업에 시장 마인드 확립의 초석을 다진 것이 故 김정태 행장의 리더십과 윤 부행장의 관리 그리고 최운열 교수가 이사회에서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때인 셈이다.
▲ 최운열 서강대 교수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 명실상부한 리딩뱅크였던 국민은행은 신한은행에 1등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에도 2조 클럽을 회복한 신한금융그룹에 크게 뒤졌다. 윤종규 회장은 이런 KB금융그룹의 리딩뱅크 탈환을 지상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한 지배구조 새판 짜기에서 윤 회장은 이겼을 때의 추억을 되살리고 경쟁자의 문화를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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