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이사회가 27일 지배구조개선안을 확정 짓지 못했다. 현직 회장에 연임 우선권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 후계승계프로그램을 놓고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재논의키로 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차기 회장을 뽑을 때 현직 회장의 경영성과를 검토해 연임 의사를 묻고 우선권을 줄지 여부 등에 대한 승계방안을 논의했다.
◇우선권 여부 등 후계승계 재논의
경영 연속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윤 회장의 연임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자칫 권력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사회 내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김영진 KB금융 사외이사는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직 CEO에 연임 여부를 먼저 묻는 방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며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의견을 모아본 후 다음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은 연임 우선권 도입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잦은 CEO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다. 경쟁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내부승계 원칙에 따라 안정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은 잦은 CEO 변경과 그 과정에서의 권력다툼, 낙하산 인사 등 외부 입김에 휘둘리며 불안한 지배구조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려왔다. 연임 우선권은 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사회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장기집권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력독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등 비판적 여론이 일자 이사진들도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현직 CEO의 연임 우선권은 필요하다"면서 "사외이사 대부분은 이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연임 우선권이 포함된다면 현재 CEO인 윤종규 회장도 포함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굳이 윤 회장을 배제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에서다.
이사회는 또 현재 CEO선출 방식인 공개경쟁과 연임 우선권을 주는 두 가지 방안의 절충 형태도 논의했다. 현 CEO는 물론이고 내부 출신의 후보자들이 함께 경쟁하는 구도다. 이 역시 완전 공개경쟁 방식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인 외부 낙하산 인사를 막을 방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경우도 CEO 경쟁 이후 CEO로 선출되지 못하면 조직에서 살아남기 힘든 점 때문에 후계양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달 9일 이사회에서 재논의 후 확정할 예정이다.
◇앞으로 꼴찌 사외이사 2명은 연임 안돼
이사회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반영해 매년 사외이사에 대한 내·외부 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특히 평가결과를 반영해 매년 하위 2명의 사외이사는 연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사외이사 후보 7명도 최종 추천했다. 최영휘 전 신한지주 사장, 유석렬 전 삼성카드 사장, 최운열 서강대 교수,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박재하 아시아개발은행 연구소 부소장, 한종수 이대 경영대 교수,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등 이다.
이 중 주주 추천을 통해 후보로 정해진 박재하, 김유니스, 이병남 후보는 각각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 경제개혁연대(소수주주 제안)에서 추천했다.
사내이사로는 윤종규 회장과 함께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을 선임했다. 기존에 대표이사 회장 1명만을 사내이사로 선임했지만 2명으로 늘려 전문성을 보완하고 지배구조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그룹 경영관리위원회도 설치한다. 그룹과 계열사 경영계획, 중장기 경영전략, M&A, 자본출자 및 그룹 배당정책 등 이사회 부의안 승인, 신규사업 진출이나 전략적 제휴, 계열사 간 협의와 조정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KB금융지주 회장과 재무 담당 임원,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장(현재는 회장 겸임), 카드·증권·보험 대표이사, 지주회사 및 주요 계열사 임원 중 회장이 지명하는 자로 총 10명 안팎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그룹 핵심 경영 사안에 대한 그룹 최고경영자의 책임과 권한을 공식화하고, 지주회사 이사회는 견제와 감독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경영자 후보 육성 및 승계절차 마련을 위해 기존 이사회 외 임시기구로 운영됐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이사회 내 상시기구인 지배구조위원회로 통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