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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오석의 오발탄인가? 항명인가?

  • 2014.03.04(화) 10:35

‘오발탄인가? 항명인가?’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올해 업무를 보고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업무보고에서 현 부총리는 소위 ‘낙하산 방지 대책’을 보고했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관련 법 제정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낙하산들은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업무보고 사흘 뒤인 23일, 한국광물자원공사 감사에 홍근표 전 선진통일당 최고위원(61)이 임명됐다. 홍 신임 감사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여성본부장으로도 활동했다.

이날 한국동서발전 감사도 낙하산을 타고 내렸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에서 활동했던 강요식 씨(53)다. 지난달 28일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55)이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진흥원장에 취임했다.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지 두 달 만의 공직 복귀다.


◇ 아랑곳하지 않는 낙하산 부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힘줘 보고한 현오석 부총리가 머쓱해졌다. 지난달 27일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낙하산 인사 문제 해결보다는 부채감축 등 시급한 문제 해결이 더 우선”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는 단순하지 않다. 부처 혼자만의 생각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 과정을 거친다. 조율하고 정리된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가 업무보고다. 그래서 청와대가 이런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제로다. 기재부도 이런 계획을 집어넣고자 했을 땐 청와대의 반응을 충분히 살폈을 것은 자명하다.

업무보고 이후 상황을 놓고 보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청와대가 경제 주무부처의 보고를 이런 식으로 무시했다면 문제다. 기재부가 바로 며칠 뒤에 있을 공공기관 감사와 사장의 내정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수출입은행장에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정작 기재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출입은행장은 기재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보통은 2~3배로 기재부 장관이 추천하고 청와대가 낙점한다.

기재부가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면, 기본적인 절차마저도 무시되고 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 청와대 vs 관료 “부대 이름만 바뀐다” 

낙하산은 보통 두 가지다. 정치인 낙하산과 공무원 낙하산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청와대와 기재부는 다툰다. 청와대의 입김이 세면 정치인 낙하산이 늘고, 청와대가 자중하면 공무원 낙하산이 느는 게 보통이다. 낙하산 부대의 이름만 다를 뿐 낙하산은 언제든 떨어졌다. 금융회사들이 낙하산 방지대책에 코웃음을 치는 이유다.

일부에선 이번 정부 들어 정치인 낙하산이 크게 늘자 경제부처의 맏형인 기재부가 총대를 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야당인 민주당이 주물럭거린 낙하산 방지법을 공론화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낙하산 방지대책 발표를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해석이다.

실제로 금융계의 요직을 차지하던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세력은 최근 빠르게 사라지는 분위기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 내정된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출신의 윤용로 행장을 밀어내고 외환은행을 차지한 김한조 외환캐피탈 사장, 여성 최초 은행장 타이틀을 거머쥔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은 모두 조직 내부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관료 출신이 맡던 기술신용보증기금엔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 출신의 김한철 씨가 이사장에 취임했다. 신용보증기금에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금융위에 몸담기는 했지만, 학자그룹으로 분류하는 서근우 씨가 이사장을 맡았다.

자리가 비어 있는 수출입은행장엔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유력하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도 경기도지사에 출마를 선언한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모피아를 밀어내고 새로 자리를 차지한 인물들을 순수하게 ‘민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직 내부 출신이건 학자 출신이건 관료 인맥보단 이런저런 정치 인맥이 작용했다고 보는 해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모피아를 빠르게 제거하면서 결국 청와대에 줄을 댄 사람들이 뜬다는 얘기다.

현재 청와대와 기재부의 소통 수준이 최악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경제만 보고 가겠다”고 말하지만, 그 경제에 현오석 부총리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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