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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재보선과 현오석 경제팀의 운명

  • 2013.07.22(월) 15:16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현 경제팀을 향해 여당의 실세들이 '뭇매'를 퍼부은 지 불과 2~3주 만에 정부 경제팀이 슬슬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 방안이 8월말 최종 확정되고 경제민주화 보다는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문제는 선거다. 새누리-민주로 양분된 지금의 정치 판도에 '안철수 신당'이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오는 10월 재보선과 또 박근혜 정부의 사실상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 "분위기 파악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친박계의 '경제 실세'로 통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던 이 최고가,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만 '친정'인 KDI 원장 출신의 현 부총리를 가장 독하게 비판했다. 이 최고는 6월말 주택 취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돼 '거래절벽 현상'이 우려되는 데 대해 "경제 수장의 리더십이 없다"고 일갈했다.

혜택이 종료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현 부총리가 "독과점이 있다면 시장을 경쟁으로 바꿔야지 법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이 최고는 "시장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들이받았다.

 

"(현 부총리의 발언은)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들이 빵을 달라고 하자 '없으면 케익을 먹으면 되지 않냐'고 한 얘기를 연상케 한다.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자 인식이다. 시장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 독과점은 (법으로)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경쟁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최고의 발언은 현 부총리로서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강도높은 비판이었다.

새누리당의 차기 당 대표로 유력시되는 김무성 의원도 최근 "난제를 해결할 능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며 현 경제팀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이 최고와는 다소 다른 입장에서 현 부총리를 공박했다. "대기업들의 투자 마인드 개선 고취에 모든 초점이 모여져도 어려운 상황에서 현 경제팀이 오히려 경제민주화, 지하경제 양성화, 전반적인 세무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규제 완화 속도도 늦는 등 대기업의 투자의지를 꺾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경환 원내대표, 정몽준 의원 등도 현 경제팀 비판에 거들었다.

이들이 현 부총리를 위시한 정부 경제팀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하나다.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 경제팀이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정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분위기 파악을 주문한 셈이다.

◇ 경기 부양 '화끈한 정책' 나오나

정치권, 새누리당의 질타에 현 부총리는 처음에는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끈한 정책을 원하고 있지만 찾기가 쉽지 않고 부작용도 큰 만큼 새로운 큰 정책을 벌이기보다 앞서 내놓은 정책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영화)감독이 때로는 메가폰을 들고 나와 소리지르는 게 좋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취득세 문제는 중앙과 지방 간 재원의 조정이나 기능 조정 등 문제와 함께 다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결국 내년 9월말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장 취득세 문제를 해결하라는 새누리당의 독촉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현 부총리와 경제팀은 다른 모습,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기야 오늘(22일)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이라는 화끈한 정책을 예고했다. 부총리가 말했던 내년 9월말이 아니라 당장 다음달 말에 하기로 확정했다. 또 경제민주화 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 부총리는 어제(21일)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투자활성화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가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은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불확실하게 느끼는 부분이 경제 민주화와 지하경제 양성화인데 이러한 우려가 하반기에는 해소됨으로써 경기 회복과 연결되도록 하겠다"면서 강력한 경기 부양의 의지를 표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세무조사는 없어야 하고, 경제 민주화 논의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경제팀이 경기부양,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치권의 주문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여당과 정부 사이에 벌어진 경기부양 논쟁은 여당의 우세로 기우는 형국이다.

◇ 향후 선거와 '희생양', 그리고 개각

정부와 여당은 한 배를 탄 같은 편이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새누리당이 현 정부 경제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을까. 또 그에 대해 정부 경제팀은 이처럼 신속하게 반응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다가오는 두 개의 큰 선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방 공약계획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을 봐도 그렇다. 124조 원 규모의 이 계획은 경제적 타당성,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 새누리당에게는 이런 부분이 향후 두 선거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 지방공약들이 폐기되거나 흐지부지 뒤로 미뤄지면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이명박 정권에 비해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판판히 선거에서 질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장 3개월 뒤 10월 재보선이 문제인데, 안철수 신당이 치고 나온다면 정권의 근본적인 기반과 토대가 흔들리게 된다. 현 정권 뿐 아니라 새누리-민주의 양당 구도가 흔들리면 여야 모두 차기 정권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개헌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러다 박근혜 정부는 '어어~'하다 임기를 마치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10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그 희생양을 누구로 삼을 지는 불 보듯 뻔하다. 정치권은 경제팀 물갈이를 주장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수없이 강조했던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기적을 만들겠다"는 말이 유권자들에게 거짓말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청와대와 일부 부처에 대한 개각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신빙성은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거인 10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경제팀을 포함한 개각이 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10월 30일 선거 결과에 따라 현오석 경제팀의 운명이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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