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흰(삼성카드) 현대차하고 게임 안됩니다."
지난해 11월 국민카드와 현대자동차가 가맹점 계약 협상을 벌이면서 복합할부 수수료 논쟁이 격렬할 때다. 당시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삼성과 현대차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얘기했다. 이 얘기를 들은 삼성카드 관계자의 반응이다.
결과적으론 그 말이 맞았다. 이달 삼성카드와 현대차의 가맹점 계약 만료일이 다가왔고, 삼성카드는 협상 만료일인 오늘(26일) 이후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카드가 금융당국의 지원(?)을 받아 수수료율을 낮추는 선에서 합의한 것을 빼면 올해 비씨카드,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카드사들이 잇따라 복합할부 상품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복합할부 상품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현대차의 의도대로 진행됐다.

▲ 사진 캡처 : 삼성카드 홈페이지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복합할부 시장에서 삼성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6%다. 신한카드는 14%(자체 복합할부 포함), 국민카드는 4%에 불과하다. 따라서 복합할부 비중이 컸던 삼성카드와 현대차 간 협상이 사실상 본경기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삼성카드는 삼성그룹 계열사다. 둘 다 국내 굴지의 그룹이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협상력 하면 삼성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양 브랜드 간 결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잇따라 현대차에 무릎을 꿇었던 카드사들도 내심 삼성카드가 이겨주기를 기대했다.
결론은 완패다. 대표 브랜드라는 상징성 때문에도 더욱 치열한 결전을 예상했지만 싱겁게 끝났다. 삼성은 본의(?) 아니게 자존심을 구겼다.
사실, 이번 협상은 삼성과 현대차의 싸움보다는 금융과 제조업의 싸움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카드 관계자의 반응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제조업 그것도 국내 대표 제조업인 현대차는 '갑'이고 금융은 '을'의 입장이란 것이다.
A 카드사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카드사가 협상력을 가질 수가 없다"며 "가맹점 계약 해지할래, 복합할부만 해지할래, 이렇게 나오면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놨다.
현대차그룹이 국민카드와 협상 당시 같은 KB금융 계열사인 국민은행 예금을 빼거나 거래를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은 이미 다 알려진 바 있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에 있어서 금융은 지원하는 역할이고, '을'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다. 복합할부 가맹점 수수료 협상에서 카드사의 필패론이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