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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치식 대출 퇴출 수순…칼자루 뽑았다

  • 2015.07.22(수) 08:49

원금 함께 갚는 구조로 개선…총량 규제 효과 기대
분할상환 규정 엄격히 적용하면 파장 더 커질 수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관리 방안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가계부채 총량을 직접 규제하기보단 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만기 일시상환보다는 분할상환을 유도하고, 담보보다는 상환능력을 더 꼼꼼히 보는 방식이다.

 

특히 이자만 내고 원금은 나중에 갚는 거치식 대출은 사실상 퇴출 수순에 들어갔다. 이젠 처음부터 이자와 함께 원금을 나눠 갚아 나가는 대출 관행을 정착시킨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다만, 거치식 대출을 한 번에 없애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서 대출시장이 얼어붙거나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단계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1일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원금 함께 갚는 구조 만든다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이번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분할상환 관행의 정착이다. 대출 구조를 처음부터 나누어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개선해 빚을 늘리는 구조에서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기존 대출은 60% 이상이 일정 기간이 지난 후부터 원금을 갚는 거치식 대출이다. 그런데 대부분 차주는 원금을 갚을 시점이 돌아오면 다른 은행의 거치식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아 가계부채가 줄어들기 어려운 구조다.

상환능력 심사도 더 깐깐해진다. 소득 증빙을 더 확실하게 하고, 소득보다 상환 부담이 큰 경우엔 처음으로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변동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 부담도 따지도록 했다.

지금은 소득이 명확하지 않아도 신용카드 사용액 등을 통해 소득을 추산해 심사를 진행한다. 소득이 마이너스라도 신용카드만 많이 쓰면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출 금액이 많지 않으면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 DTI 안 건드리고 총량 규제 효과

이번 대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분할상환으로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데다, 상환능력 심사마저 까다로워지면 아무래도 대출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거치식 대출 퇴출에 얼마나 드라이브를 거느냐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에 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내놓지 않았다. 은행권이 스스로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개략적인 지침은 제공했다. 주택 구매를 위한 장기대출이나 주택 가격과 소득보다 대출 금액이 크면 원칙적으로 분할상환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또 신규 대출을 취급할 땐 통상 3∼5년인 거치기간을 1년 이내로 단축하고, 만기연장을 비롯해 기존 대출의 조건을 변경할 때도 분할상환으로 유도하도록 했다.

정부는 “주택 자금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예외 사항 등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신규 대출이나 대출 조건을 바꿀 땐 원칙적으로 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분할상환 파장 예상보다 더 클 수도

 


다만 분할상환 방식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접근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분할상환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 대출시장이 갑자기 얼어붙을 수 있다. 분할상환 방식은 이자는 물론 원금을 함께 갚는 구조여서 매월 상환 부담이 두세 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면 소득이 일정치 않은 경우엔 대출 자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정부는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할 당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줬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출 총량 관리에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금융감독원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이 전월의 0.6%를 넘지 않도록 지도에 나섰고, 한도가 꽉 찬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 소비 위축으로 경기부양에도 악영향 

안심전환대출 당시 형평성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 분할상환 방식은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여유 자금이 없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취약계층의 대출 문턱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분할상환은 경기부양에도 역효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매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당연히 가처분소득이 줄고, 그러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안 그래도 지갑을 닫고 있는 가계가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빚을 처음부터 나눠 갚아나가는 구조를 정착하고,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이 취급되도록 금융회사 상환능력 심사 방식도 선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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