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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가계 빚 500조, 이를 어쩌지?

  • 2015.07.29(수) 14:26

"1100조 가계부채에 보증금 500조 더해야"
정부 가계부채 원인분석·대책에 '허점' 논란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개인 간 전세보증금 규모가 450조 원으로 추정된다. 증가속도와 구조를 면밀히 점검해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5월 경제전망)

"전세보증금채무는 통계상 가계부채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전세제도 소멸과정에서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7월 보고서)


11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여기에 500조 원이 또 있었다.

가계부채 규모의 급격한 증가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은 500조 원의 부채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으니 이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특히 최근엔 숨겨져 있던 500조 원의 부채가 점차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통계에 잡히는 경향이 있어 이에 따른 맞춤형 관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전·월세 보증금 500조 원의 정체는?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 수치는 바로 전세보증금과 월세 보증금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세보증금이 450조 원, 월세 보증금이 50조 원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얼마 전 한 언론이 최근 2년간 확정일자로 신고된 전세계약 보증금 규모를 지역별로 환산한 결과 총 규모가 476조 원이 나왔는데, 이 방식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전세보증금은 은행이나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아니지만, 엄연히 가계가 안고 있는 빚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세입자에겐 자산이기도 하지만, 집주인에겐 이자를 내지 않는 사적 채무라는 의미다.

전세 제도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주택 임대차 방식이긴 하지만, 이처럼 엄밀한 의미의 채무이므로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불완전한 가계부채 분석·대책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보증금을 채무로 보면, 그동안 정부가 써온 가계부채 실상에 대한 여러 분석 틀은 불완전한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는 전세보증금을 고려하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2억 원짜리 집을 살 경우 1억 4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전세를 끼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집사는 데 보탤 수 있다.

집주인에게 사실상 채무인 전세보증금까지 더해졌으니 실질 LTV는 치솟는다. 송인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이 지난 10일 한 콘퍼런스에서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실효적 LTV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계부채 현황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경우 1100조 원으로 계산하면 164.2%이지만, 500조 원을 더하면 240% 가까이 급증한다.

가계부채 증가 원인 분석도 달라진다. 이휘정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대출받은 경우를 포함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제도 소멸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정부 "파악 못 한 부분 있지만…"

정부는 난감해 하는 모습이다. 일단 사적 채무를 공식 가계부채로 집계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을 채무로 볼 수 있다는 말은 원론적으로는 인지하고 있다"며 "다만 공식 집계가 어렵고, 전세의 월세 전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식적인 채무가 늘어나는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분석 틀에 대해서는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맞는다"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 원인이 최근 전세난으로 인한 주택구매가 늘어난 탓 정도로 파악했는데, 전세보증금 반환으로 늘어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만 사적 채무인 전세보증금이 제도권 채무로 변환되는 것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식적인 통계로 보면 빚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사적인 것이 공적으로 변환되는 것일 뿐 빚 규모 자체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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