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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달라면 주는 시대 끝났다

  • 2015.11.23(월) 14:32

은행들도 '제 코가 석자'...신규지원에 부담 커
STX조선도 살린다면 국책은행 중심 지원될 듯

더 이상 돈을 달라면 주는 시대는 끝났다. 은행들이 한창 잘 나갈 땐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의든 타의든 유동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올해들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성동조선의 경우엔 주채권기관인 수출입은행의 사실상 단독 지원이 이뤄졌고, 곧 실사 결과에 따라 처리방향이 결정될 STX조선해양도 결국엔 국책은행 중심의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정용호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이 지난달 29일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우조선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은행이 달라졌어요

 


지난 5월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3000억 원, 지난 10월 4200억 원의 신규 지원을 결정했다. 지난 5월엔 무역보험공사가 신규지원을 반대하면서 단독지원으로 결정났다. 당시 우리은행과 농협도 빠졌다. 하지만 10월 지원안을 처리하면서 결과적으론 모두 채권단 공동지원 형태를 띄게 됐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수출입은행의 단독지원이나 다름없다. 이미 우리은행은 지난 5월부터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하고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이 경우 채권단은 우리은행의 채권 7700억 원을 청산가치로 되사준다. 현재 청산가치 등을 산정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신규자금 지원에서도 빠졌다.

무역보험공사는 현재의 익스포져 범위에서만 지원하는 조건부 동의를 했다. 이 역시 사실상 신규 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다. 농협도 처음엔 지원하지 않는 쪽이었지만 나중에 동참하게 됐다. 하지만 채권비율이 5.99%로 미미해 수출입은행의 단독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

◇ STX조선도 결국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런 분위기는 조만간 결정될 STX조선의 처리방안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기관인 산업은행은 STX조선에 대한 실사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달말 이후 처리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미 4조 3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한 만큼 연착륙시키는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신규 자금이 들어가야하는데 우리은행은 벌써 손을 떼겠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채권금액도 크지 않고, 이미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만큼 자체적인 충격도 크지 않다. 결국엔 대우조선과 마찬가지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 달라진 금융권...왜?

사실 우리은행는 구조조정 업계해선 산업은행과 함께 '큰 손(?)'이었다. 정부가 대주주여서 상대적으로 정책 콘트롤도 수월하고, 문제가 되는 대기업 여신도 많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들어 민영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을 낮추고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해 NPL비율이 치솟는 것은 부담이다.

 

우리은행이 이런 상황이니 다른 시중은행들엔 더 말을 못 붙이는 격이다. 게다가 저금리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은행들도 '제 코가 석자'다. 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일일이 고려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우조선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에도 시중은행들은 일찌감치 신규 지원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금융당국의 압박도 심하겠지만 경남기업 사태 이후 금융당국도 드러내놓고 은행들을 독려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도 없고, 조선업종 등 일부 업종은 장기불황에 빠지고, 은행 경영환경도 악화되면서 개별은행들이 몸을 사리는 것"이라며 "점차 국책은행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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