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에 대한 은행들의 불만은 만만치 않다. 충당금이 실적을 떨어뜨리는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하면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충당금 1조7000억원 직격탄
금융위원회는 23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관련 주요 쟁점’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수출입은행 4000억원, 산업은행 6600억원, 시중은행 6400억원 등 총 1조7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은행들의 신규자금 지원, 출자전환 등 자율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은행간 합의를 보지 못하면 P-플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대우조선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추가 충당금을 부담하게 됐다.
현재 은행권의 대우조선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는 총 18조원에 달한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10조2000억원으로 56.6%, 산업은행이 5조1000억원으로 28.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2조7000억원으로 15%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농협은행의 익스포져가 가장 많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익스포져는 8884억원이며, 하나은행이 7144억원, 국민은행이 5129억원이다. 신한은행은 3098억원, 우리은행은 2337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대우조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이 58.4%로 가장 높았으며, 다른 은행들은 10%대에 그쳤다. 이제까지 대우조선 여신은 요주의 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대출금의 7~19%만큼 충당금을 쌓았다. 구조조정에 따라 한 단계 아래 등급인 고정이하로 떨어지면 20% 이상 적립해야 해 은행들의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다.
◇ 실적 감소에 출자전환 손실 예상
금융위는 이번 구조조정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져가 2015년 8월 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2월 2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2015년 8월 300억원에서 지난해 12월 3900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충당금을 쌓는 만큼 당기 순이익이 감소하게 돼 은행권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적절히 처리했다고 생각하지만, 은행들이 상당히 양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주식 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아 출자 전환에 따른 손실도 예상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지분 보유 가치가 0원으로 평가되자, 해당 주식 전체를 손실 처리하기도 했다. 김정주 금융위 구조개선과 사무관은 "산업은행은 워낙 익스포져가 커서 보수적으로 회계 처리를 했으며, 시중은행은 그보다 적기 때문에 타격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