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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 사라진 금융권

  • 2017.09.12(화) 10:09

韓 은행, 세계 100대 은행 하위권에도 못미쳐
정부·당국, 온통 생산적금융 포용적금융만 강조

"새 정부에선 수익 많이 낼 필요 없습니다. 적당히 내면서 새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춰가야죠"

최근 만난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의 얘기다. 실제로 내부 경영진 회의에서도 농반진반으로 나오는 얘기란다. 엄연히 주주가 있는 회사인데 주주들이 들었더라면 경천동지할 일이지만 일면 수긍이 간다.

돈을 많이 벌었다가는 서민들의 등골뺐다는 욕을 들어먹을 게 뻔하다. 새 정부들어 금융에 대한 정책은 생산적금융과 포용적금융 이 두가지로 요약된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자칫 약탈적금융이라는 굴레를 써야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동안 금융권의 보수적인 영업행태로 벤처·창업기업 지원이나 서민 혹은 금융소외자들 지원, 중금리시장 개척 등에 소홀했던 영향도 크다.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 등을 통해 1금융권에서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터.

 

이런 점들을 고려하더라도 최근의 정책기조는 지나치게 생산적금융과 포용적 금융에 쏠려있다. 금융위원회도 새 정부에 코드를 맞추느라 온통 포용적금융과 생산적금융만 강조하고 있다. 어제(11일) 취임한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내로라하는 금융전문가다. 그 역시 금융산업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한국기업평가가 더 뱅커(The Banker)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은행그룹 현황(Tier1 자본 기준)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은행의 현주소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국내은행들은 불과 얼마전까지도 사상최대이익이라고 축포를 터트리기도 했지만 그래봐야 국내은행의 순위는 고작 글로벌 60~90등 사이에 있다. KB금융이 그나마 60등으로 최고 순위에 올라 있다. 국내은행은 자본뿐 아니라 총자산, 수익성 면에서도 세계 100대 은행그룹의 하위권 그룹(51~100위)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히 수익성의 경우 ROA(총자산이익률)를 보면 한국 은행그룹은 0.4%로 세계 100대 은행그룹의 0.9%, 하위권 수준인 1.0%의 절반도 안된다. 더욱이 전년도인 2015년의 0.7%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더 악화했다. ROC(기본자본이익률)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비용효율성을 나타내는 CIR(이익경비율)은 50%를 하회하면서 양호한 수준으로 나오는데 그 이유가 썩 내키지 않는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해외은행은 비용(임금·성과급 등)이 많이 드는 IB(투자은행)업무 비중이 크고 국내에 사업이 집중돼 있는 국내은행과 달리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인한 비용이 상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수익성 개선 등 글로벌은행으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은행산업이 처한 현실도 녹록지 않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쪽에선 "구글이 국내은행 산업에 들어오면 어떡할꺼냐"는 반문을 하기도 한다. 지금 은행들이 걱정해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정부 역시 이런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환경이나 여건들을 만들어 주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사 문제만 해도 그렇다. 금융지주회장이나 은행장들이 정부, 정치권 눈치보기에 바쁘다. BNK금융지주를 비롯해 낙하산, 보은 인사가 가시화되고 새 회장 선출에 들어간 KB금융 안팎에선 정치권 인사를 등에 업은 OB들이 활개치는 듯하다. 온통 흉흉한 얘기들뿐이다. 금융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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