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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금융산업 어디로]②비전이 안보인다

  • 2017.09.05(화) 14:56

금융위 두차례 기자간담회서 생산적금융만 강조
금융산업·시스템 급속히 변하는데 고민흔적 없어

#"생산적 금융요? 기업대출 많이 하라는 얘기 아닌가요. 많이 해야죠."(A은행 여신 담당자)

시중은행 한 여신담당자의 '생산적금융에 대처하는 자세'는 예상외로 쿨(?)하다. 녹색금융, 창조금융에 이은 생산적금융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용어만 바뀔 뿐 되풀이되는 상황에 이제는 의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요새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는 이 두 가지다. 생산적금융과 금융홀대론. 사실 생산적금융은 물론이고 금융홀대론 역시 새로운 얘긴 아니다. 지난 10년간의 보수정권 아래에서 과거 개발연대 시대의 논리로 금융을 접근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그래도 성패를 떠나서 혹은 시늉이나마 규제완화 등 크고 작은 금융산업 육성정책을 동반했다.

 

새 정부에선 생산적금융에 정책역량을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금융산업이나 금융시스템에 대한 밑그림, 비전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장 인사 하마평 등 금융권 인사 역시 이런 홀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오해다"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금융회사의 체감과는 여전히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생산적금융 강조하기에 앞서


정부가 생산적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이 혁신기업에 대해 워런트 방식의 대출, 출자, 신용대출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시도하고 있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과감해진 생산적 금융…대출관행 깬다

하지만 은행들의 속내는 편치만은 않다. 요즘과 같은 경기에서 대출해줄 기업을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은행들에 혁신기업이나 중소기업 지원을 강조하기에 앞서 정부 차원에서 해당 기업을 육성하고 이들의 투자요인을 만들어 주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만 봐도 좋은 업체들은 오히려 투자를 할 곳이 없어 대출을 갚는 추세"라며 "금융 지원이 먼저가 아니라 선순환의 앞단(투자)을 터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은행들은 리스크(위험)를 감수하기보다 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결국 부실과 관련이 있고 이에 대한 책임은 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생산적금융을 아무리 강조해도 전체적인 산업정책의 틀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이 역시 선언적인 구호(금융위)와 시늉(은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금융위에서 올해 추진할 주요 과제 대부분이 생산적금융과 관련한 정책이다.(최종구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 자료)



◇ 금융산업 비전·육성방안은 실종

생산적금융에 치중하다보니 금융산업 자체에 대한 밑그림이나 육성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금융홀대론이 나온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제의 성장 발전이 금융산업 성장 발전의 기반이 될 수밖에 없다"며 "금융이 다른 산업을 지원하는 파이를 키워나가고 그로 인해 금융의 몫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금융홀대론에 대해 해명한 것이지만 결국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정부의 인식은 결국 금융회사가 돈을 버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되레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들의 부담감과 걱정은 더욱 커진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가계대출 못 늘리고, 수수료나 비이자이익 확대는 말도 못 꺼낸다"며 "정말 해외진출 말고는 답이 없다"고 우려했다.


은행의 경우 주수익원은 이자마진과 수수료이익이다. 이자마진과 이자이익이 커지면 그만큼 서민이나 중소 혹은 영세기업의 고혈을 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수수료이익이 커져도 서민들 대상으로 수수료 장사한다는 뭇매를 맞는다. 이 고위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수익을 많이 내는 것조차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최 위원장은 취임 이후 두 차례의 기자간담회 모두 생산적금융에 시간을 할애했다. 앞서 은행들에 기업대출을 외면하고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는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최 위원장은 어제 금융투자업계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유로 쓴소리를 했다. 혁신기업 발굴·육성 대신에 부동산PF금융 중심의 보수적 영업관행을 지속한다는 지적이다.

 

생산적금융에 '올인'한 나머지 핀테크 등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산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당분간 금융홀대론 또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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