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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금융산업 어디로]④카뱅 그리고 미래 먹거리

  • 2017.09.10(일) 09:26

카카오·케이뱅크 성공가도…'3호' 인가도 검토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 TF 가동…실효성이 관건

"제3 인터넷은행(을 인가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다만 참여자 문제를 봐 가면서 시기를 검토하도록 하겠다."

금융권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출범 초반 돌풍을 일으키자 제3 인터넷은행 인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에 대한 원칙을 지속해 공언하면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금융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정권마다 반복되는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금융권 메기 '카뱅·케뱅'…추가 규제 완화 움직임

오랜 기간 잠잠했던 우리나라 금융 시장이 최근 들썩이고 있다. 발원지는 23년 만에 은행으로 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다. 두 인터넷은행은 캐릭터 체크카드 등을 내세워 친근함을 강조하면서 이용의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 등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금융권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그동안 편안한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누렸다면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인터넷은행이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자 제3 인터넷은행 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르면 연내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계획을 내놓겠다고 공언하며 구체적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분위기를 발판으로 금융업 진입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새로운 플레이어를 금융시장에 진입하도록 규제를 완화해 금융산업 내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 윤호영(오른쪽 두 번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이용우(오른쪽 세 번째) 공동대표가 지난 4월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본인가 브리핑에서 사업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정권 따라 오락가락…이번에도 용두사미(?)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며 규제 완화 등을 추진했지만 매번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우려 탓이다. 장기적으로 금융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기보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규제에 발목 잡혀 있는 인터넷은행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은 지난 정권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여당이 된 당시 야권의 반대에 부닥쳐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를 공언하고 있지만 시기를 못 박지 못하는 이유도 정권이 바뀌면서 입장이 애매해진 탓도 있다.

지난 정권에서 추진하다가 이제는 용두사미가 돼버린 '보험 자율화' 기조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며 보험 상품 개발과 보험료 책정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했는데 최근에는 다시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며 과거로 되돌아간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보험 자율화를 추진한 뒤 보험료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봤다"며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결국 장기적인 플랜이 소용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민·관 모두 변해야…장기적인 플랜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모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규제 권한을 꽉 쥐고 있으면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지금의 체계로는 변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민간 역시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인 경영에만 몰두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 미래 금융 산업의 한계는 최근 주춤한 P2P금융 시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핀테크 영역 중 하나인 P2P금융 시장이 급성장하자 정부는 금융사고를 막겠다며 규제를 대폭 강화해 시장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줬다. 한편으로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추구하기보다는 창업 문턱이 비교적 낮은 P2P금융에만 몰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경제 연구원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빅데이터가 금융권의 새 먹거리로 자주 거론되다가 최근에는 블록체인이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마저 얼마 가지 않을 것 같다"며 "장기적인 청사진 없이 이리저리 유행만 따라가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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