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혁신기업의 주식을 받는 해외의 대출기법을 살펴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담보와 기술등급을 보지 않는 상품을 내놓고 IBK기업은행도 일자리만 만들면 대출해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종전 대출관행을 깨는 상품에 대해 긍정적 평가와 함께 좀더 일찍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나온다.
◇ 해외 선진금융 따라간다
신한금융그룹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생산적 금융상품을 준비하면서 해외의 워런트(Warrant) 대출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이 대출은 혁신기업에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면서 거래옵션으로 주식을 받는 방식이다. 즉 은행이 대출기업으로부터 원리금 상환을 받는 동시에 주식 투자이익을 본다.
기존의 기업대출은 담보를 잡지 않더라도 신용등급 등을 엄격히 따졌다. 워런트 대출은 주식을 받는 만큼 재무상태보다는 기술력과 시장성에 비중을 두고 돈을 빌려준다. 아직 시장에 자리잡지 않았으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기회인 셈이다.
해외에선 이같이 기업의 성장성에 중점을 둔 대출이 자리를 잡았다. 매출액 등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잡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택, 토지 등 실물 담보 여력이 없는 기업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은행도 해외의 선진금융 사례를 참고해 새로운 대출방식을 검토한다는 분석이다.
◇ 기술등급 안 보고, 고용보험 따지고
국민은행은 지난 3일 'KB 창업기업 우대 신용대출'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설립 7년 이내의 중소기업에 5억원까지 최저 연 2.9%의 금리로 대출해준다. 지난달 'KB 유망분야 성장기업 우대대출'에 이어 두 번째 생산적 금융상품이다. 앞서 선보인 상품이 담보대출 중심인 것과 달리 신용대출 전용이라서 생산적 금융의 취지에 좀 더 가깝다.
기술등급 평가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혁신기업 평가 시 기술등급 등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는 게 국내은행의 대출관행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기술금융 기법을 적용하면 대출 대상기업이 기술등급을 확보한 업체로 한정된다"면서 "이번 상품은 사업성, 대표자의 능력 등을 폭넓게 평가해 기술등급에 구애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도 고용을 늘린 기업에 대출하는 '일자리 창출형 동반성장 협력대출'을 내놨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를 따져 작년보다 직원 수가 증가한 기업을 지원한다. 다른 은행도 고용 현황에 따라 대출금리를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했으나 기업은행은 대출 대상 자체를 고용을 늘린 기업에 한정해 일자리 창출 기능을 강화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취임 한 달을 넘기면서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을 적극 실시하는 분위기다. 초반엔 기존 기업대출을 혁신기업에 확대 실시하는데 그쳤으나 최근 대출기법 자체를 과감히 바꾸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 후에야 대출관행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이제껏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