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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 되고있나]④'돈 퍼주기' 안되려면

  • 2018.05.21(월) 15:05

은행, 기술평가 인력확대·여신시스템 정비 '잰걸음'
금융당국도 '동산금융 활성화' 등 제도 정비
"금융만으론 부족, 규제완화 절실" 지적

'조심스럽지만 가야할 길'.

 

'생산적금융'에 대한 은행들의 심리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스타트업, 벤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가계나 대기업 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높고 투자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부담이 크다. 잘못하다간 '돈 퍼주기'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그럼에도 기업과 경제 활력을 위해선 부동산대출 등에 집중된 돈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담보가 없더라도 기술력 있는 중소·혁신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도록 여신심사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융과 산업계에서는 금융지원 체계를 개선하는 것 만큼이나 중소·혁신기업들이 성장할 수도록 대폭적인 사업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은행, 기술검증 인력 확대하고 대출 평가방식 개선

 

시중은행들은 담보잡을 부동산이나 보증기관의 보증 등이 없더라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에게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에 한창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자금이 담보대출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인력(기술금융 전문인력)을 늘리고 있으며 관련 부서 역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2016년말 기준 평균 15.5명 수준이던 기술금융 전문인력을 지난해 21명으로 끌어올렸다.

인력보강과 함께 기술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대출 평가 방식도 개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한 혁신창업 두드림 대출'을 지난 3월 출시했다. 기술등급이 우수하고 신성장산업에 포함된 중소기업에는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재무실적은 미약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혁신벤처기업,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상반기중 지식재산권에 대한 담보가치를 인정해 스타트업과 혁신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B은행 관계자는 "그간 주로 살펴보던 담보, 재무상황 등 금융정보 외 기술력, 사업성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자금이 공급되는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규정을 손보고 있다. 은행 경영실태평가때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을 신설해 은행이 중소기업에 신용대출을 해주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과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월 20일 마포구 서울창업허브 핀테크지원센터를 방문해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예비창업자, 금융인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금융지원돼도 기업 성장 못하면 말짱 도루묵..규제완화해야"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혁신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체계가 마련되고 있는만큼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혁신기업에 금융기관 등이 나서 자금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금융 외적으로 중소·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대출과 함께 투자도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인 D업체 관계자는 "벤처, 스타트업 등에 자금이 공급되고 있고 정부 역시 지원을 늘리고 있긴 하지만 이는 창업 초기에 집중돼 있다"며 "창업 초기의 아이디어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끌어나가고 싶어도 규제에 발목잡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수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는 "최근 1년간 누적 투자액 기준 세계 상위 100개 스타트업이 한국에 들어오려해도 규제를 통과하지 못해 43곳만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신사업 기회의 60%를 잃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취재 과정에서 만난 스타트업들은 혁신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블록체인 업계 ICO(암호화폐 공개)불허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 ▲헬스케어 원격진료 불허 ▲핀테크 관련 규제 등을 꼽았다.

정부도 중소·혁신기업등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없애거나 적용을 유예하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정치권 갈등으로 국회에 발목이 잡혀있다.

D기업 관계자는 "정치권의 힘싸움 때문에 규제완화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중소·혁신기업의 성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 국내경제의 선순환, 4차산업혁명 선도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루빨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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