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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 Again'…하지만 복병이 많다

  • 2020.02.21(금) 17:11

금융위, 자금흐름 '부동산→중소기업' 다시 강조
생산적금융 강조 3년…뜯어보면 제자리 못잡아
올해 저금리·코로나 등 복병

"부동산에 쏠린 자금흐름의 물꼬를 중소‧혁신기업 등 생산적인 부분으로 돌아가도록 하겠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 지난 19일 '2020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대목이다. 2017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내걸었던 '생산적 금융'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공급이 수월하게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3년여간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늘려왔지만 취지를 살리기에는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취지에 맞는 '생산적 금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은행업계에서는 이전과 같은 속도로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리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금융당국, 부동산대출 옥죄고 은행 예대율 규제 강화 

정부와 금융당국의 방침은 확고하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최대한 억제하고 이를 중소‧혁신기업으로 흘러가게 한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부동산 자금 쏠림 방지'를 강조한 가운데 정부는 12‧19 부동산정책에 이어 지난 20일 추가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9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20일 내놓은 추가 대책은 12‧19 대책 이후 풍선효과로 가격상승세가 나타난 수원‧안양‧의왕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하고 다음달 2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조정지역에서는 그간 적용됐던 LTV(주택담보대출 비율) 60%가 50%로 강화된다.

나아가 앞으로 집값 과열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에 과도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 은행 예대율 규제도 강화했다. 은행이 가계에 자금을 빌려줄 경우 15%높은 가중치를 적용하고 기업대출에는 15% 낮은 가중치를 적용한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 이내로 맞춰야 하는데, 이 규제가 적용되면서 은행은 가계대출 보다 기업대출을 적극 늘려야 하며 예수금을 많이 쌓아둬야 한다.

◇ 생산적 금융의 그림자①…집값 상승 타고 가계대출도 증가

2017년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주요 금융정책으로 내놓으면서 주요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많이 늘었다.

2017년말 기준 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총 잔액은 509조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말 591조원으로 2년여간 81조원 가량 늘었다. 연평균 7%대 증가했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기 이전 6% 수준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하지만 그 기간동안 가계대출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말 기준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560조1000억원에서 지난해말 646조3000억원으로 86조2000억원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중소기업대출 증가세와 비슷한 7% 수준이다.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절반 가량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대출 옥죄기에도 집값 자체가 상승하면서 대출 총량도 동시에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LTV가 40% 적용되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2017년 1억원 이었다면 최대 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후 이집이 2019년 3억원으로 올랐다면 1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집행됐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대출 중심의 대출 옥죄기 정책에 따라 대출이 진행된 건수는 줄었을 수 있지만, 집값이 상승하면서 개인당 받는 대출 규모가 증가해 이를 상쇄했다"며 "이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기간 동안 같은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다가 주택 구매 수요자 중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한도로 받고도 추가자금이 필요한 경우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어 전체적인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며 "여기에 경기악화로 인해 생활안정자금 명목의 대출도 늘어 가계대출 역시 꾸준히 상승했다"고 전했다.

◇ 생산적 금융의 그림자②…제조업 대출 비중은 제자리 

대출잔액만 봤을 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좀더 들여다 보면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해말 기준 주요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부동산 및 임대업이다. 은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중은 대략 30% 수준이다. 즉 중소기업 대출 역시 부동산이 이끌었다는 의미다.

반면 생산적 금융의 핵심 업권이라 볼 수 있는 제조업 분야의 대출 비중은 20% 후반대다. 그나마 IBK기업은행의 제조업 대출 비중이 57.3%로 높았던 것이 반영됐다. IBK기업은행은 설립 목적에 따라 중소기업, 그 중에서도 제조업에 대한 대출을 적극 취급해왔다.

이처럼 제조업에 대한 대출이 좀처럼 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 제조기업 혹은 부동산 관련 담보를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실제 IBK기업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3% 수준이다. 반면 제조업 기업 대출이 많은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은 0.47%로 0.1%포인트 이상 높다.

아울러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중 70~80%가량은 부동산담보 혹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대출이다. 즉 담보나 보증이 없다면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어찌됐건 주주가치 제고를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산건전성, 즉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우량기업 위주의 대출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생산적 금융의 그림자③…저금리·코로나19 복병

금융당국도 생산적 금융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20년 업무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부동산 위주의 금융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소기업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도 상당하다"고 짚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은행이 부동산담보나 매출 실적 위주로 여신을 심사하지 않고 일괄담보, 미래 성장성 위주의 심사시스템으로 개편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동산‧지적재산권 담보대출 활성화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복병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25% 수준으로 낮췄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초부터 경기가 얼어붙자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고 대출금리도 낮아지면 가계대출 수요도 높아진다. 기업들도 일정 금리하락에 따른 도움을 받지만 문제는 경기가 나빠지면 사업확대에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도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일평균 수출은 9.3% 감소했다.

은행 여신심사부 관계자는 "금리가 낮다는 점은 중소기업들 역시 자금을 빌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가 안좋다 보니 은행이 더욱 보수적으로 심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결국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자금흐름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내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수요가 있는 가운데 금리까지 낮아지면 가계대출의 증가세도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현재 경기상황과 직결돼 있어 크게 늘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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