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는 따끔한 질책으로 시작됐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감사한 결과 드러난 채용 비리 등 각종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더해 이번 국감에서 새로 제기된 비리 의혹이 줄줄이 쏟아지면서 최흥식 금감원장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
▲ 최흥식(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나원식 기자) |
◇ 최흥식 "조직 혁신"…국회 "의지 부족해"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금감원 채용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학영 의원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느냐"며 "이 집단에 희망이 있겠냐"고 따졌고, 전해철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현재 나와 있는 비리와 부정이 다가 아니라 몸통이 있을 수 있고 더 나쁜 실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 검찰로 불려야 할 금감원이 '비리 종합세트' 오명에 처해 있다"고 꼬집었다. 정무위원장인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무위원들 모두 똑같은 생각"이라며 "다시 한번 이런 사태를 기회로 가야 할 길을 가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조직 혁신'을 약속했다. 금감원 내부의 각종 비리가 본인의 취임 전에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책임을 지고 조직을 뜯어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 원장은 지난달 11일 취임했고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그 직후인 지난달 20일에 발표됐다.
최 원장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감원 임직원의 각종 의혹과 일탈 행위로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현 사태를 엄정하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가동되고 있는 금감원 내부 인사·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조만간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은 싸늘했다. 정무위원들은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금감원 조직 자체가 혁신 대상인데 내부에서 태스크포스를 만든다고 해서 누가 신뢰하겠냐는 지적이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혁신 TF에 비리에 연루된 임원이 속해 있었을 정도로 금감원은 자체 개혁 역량과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고 꼬집었고, 같은 당 최운열 의원은 "자체 TF보다 외부 컨설팅으로 맡겨서 객관적 답을 갖고 (혁신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
◇ 금융사 직원들 돈 빌린 금감원 팀장
감사원의 감사 결과뿐만 아니라 이날 국감에서 새로운 의혹들도 쏟아졌다.
먼저 금감원 퇴직 인사들이 금융권에 취업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학영 의원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가 퇴직 4개월 만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사외이사로 취업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공공기관 고위직 출신 인사의 업무 유관 기관 취업을 제한한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특히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금감원이 답변서에서 "케이뱅크가 신설법인이기 때문에 취업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결국 "적절하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금감원 팀장급 간부들이 금융사 직원에게 돈을 빌리고 일부를 갚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 금감원 팀장이 직무와 밀접한 금융사 직원들로부터 약 3000만원을 빌린 뒤 일부를 갚지 않아 금감원 감찰팀에 적발됐다. 해당 팀장에 대한 징계가 정직 3개월로 정해졌지만 인사윤리위원회 과정에서 정직 1개월로 수위가 낮춰졌다. 다른 금감원 팀장 역시 금융사 직원에게 1억 7600만원을 빌렸다가 일부를 갚지 않아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의원은 "'갑'의 위치에 있는 금감원 간부들이 '을'인 피감 금융사 직원들에게 돈을 빌려 달라 요구하고 이자 지급은 물론 흔한 차용증도 없이 금전거래를 일삼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해명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