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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금감원장의 '악성 관치, 양성 관치'

  • 2018.02.20(화) 18:33

기자간담회서 엿본 금감원장의 '고민'
"하나금융이 권위 인정 않지만…"
"관치도 악성이 있고 양성이 있다"

"그 사람들이 권위를 인정 하지 않았다. 감독당국으로서 우리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20일 열린 간담회에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당국의 권위가 실추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하나금융 회장 후보 선정 과정을 2~3주 연기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일정을 강행해 김정태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권위가 흔들린 금감원 수장은 "지난달 지배구조 점검 결과는 (조만간) 통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 원장은 여러 사안에 대한 고민과 해명도 함께 내놨다. 그는 "관치도 악성과 양성이 있는데, 양성 관치는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관치 논란을 정면반박한 것이다.

 

그는 또 가상화폐 관련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작년말 "비트코인 버블이 확 빠질 것"이라며 "내기해도 좋다"는 발언보다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 작년 진행된 취임식에 참석한 최흥식 원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 만들 것"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원장의 첫번째 과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의 절차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밀어붙였고, KB금융은 사외이사 평가를 잘못 보고해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금융당국의 칼이 무뎌졌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강수를 둘 수도 없었다.

최 원장의 고민은 최근 금감원의 '새출발 결의대회 당부말씀'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결의대회 당시 "금융회사에 대한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난과 직무유기라는 책임추궁 사이에서 딜레마"라고 금감원의 상황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적발한 은행 채용비리도 색안경을 쓰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과 KB금융지주에서 채용비리가 대거 적발된 것이 의도적이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국책은행, 외국계 은행 등을 빼니 11개 은행이 남았고, 그중에 5곳이 걸린 것"이라며 "시장에서 (판을 짜놓고 조사했다는) 추측도 하지만 나는 검사팀을 믿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관치도 악성이 있고 양성이 있다"며 "양성관치는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금융사) 지배구조 상시 감시팀을 만들 것"이라며 "상시감시팀은 금융기관에 상주하는 사람도 있고, 금감원에 앉아서 자료 모니터링 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상시검사역 제도(금융사에 검사역이 상주하는 제도)는 검토중인데 시행은 아직 이르다"며 "상시감시팀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킹메이커'로 불리는 사외이사 선정 관련해선 "금융당국이 누굴 뽑아라 하는 것은 없다"며 "다만 사외이사를 잘 뽑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사외이사는 행장이나 부행장에게 따질 건 따지고 해야 한다"며 "같이 짝짜꿍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본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GM은 도사, 아홉수 본다"

최 원장은 한국GM 공장폐쇄 관련해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한국GM이 금융당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기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검사할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감리를 하려면 (증권선물위원회) 요청이 있어야 한다. 그냥 들어갈 순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실무자들이 일차적으로 회계(장부)를 봤지만 솔직히 신통치 않다"며 "여론에 나오는 그런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출금리와 매출원가가 높다는 의혹만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고, 관세 등은 회계장부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0년대 초 투자은행 다니던 고위급 인사가 GM은 도사라고 하더라"며 "GM은 세계 곳곳을 다니는 회사 아닌가. 아홉수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만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호주도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내놓을지 여러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일 여의도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 참석한 최흥식 원장.(사진 = 금융감독원)

 

◇ "국민·하나 가상화폐 거래 독려"

최 원장은 가상화폐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가 되도록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가 가상화폐에 대해 틀을 잡아가는 과정"이라며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상적인 거래가 될 수 있게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중은행중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곳이 4~5곳 되는데 필요하다면 더 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시스템은 구축하고 거래를 안하는데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말 간담회에서 비트코인 버블 붕괴에 내기를 걸었던 그가 가상화폐에 대해 180도 바뀐 입장을 보인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임 글이 올라온 것에 대해 "신경 안썼다"고 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와 관련해선 "최대한 노력할 것이지만 하필 (차명계좌 관리한) 증권사가 합병했다"며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증권사가 코스콤에 위탁한 것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손으로 오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빈손이면 어떻게하나 그런것을 걱정할 만큼 여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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