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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금융 아킬레스건]⑤지방은행 '관치'의 빌미

  • 2017.11.15(수) 15:01

'회장에 권력 집중'해 덩치 키웠지만 견제못해
정치권 사각지대 벗어나 '지배구조' 정비할 때

한국 금융의 아킬레스건은 지배구조다. 신한사태와 KB사태 등을 잇따라 겪으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이슈는 은행과 금융산업의 리스크로 부각했다. 이 과정에서 호시탐탐 손길을 뻗으려는 관치는 '설익은 지배구조'를 무력화시킨다.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최근 몇년새 지배구조법이 만들어지고 차기 경영승계프로그램, 이사회의 권력화 혹은 CEO 유착 등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손질도 있었다.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슈들은 우리 금융산업의 지배구조가 미완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금융회사별로 지배구조 이슈를 점검하고 진단해본다. [편집자]

관치가 지방금융그룹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방금융그룹은 대형금융그룹에 비해 허술한 지배구조로 관치에 빌미를 줬다. 회장에 권력을 집중시켜 덩치를 빠르게 키웠지만 견제를 하지 못하면서 잘못된 결정을 낳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금융권 내 비중을 키운 지방금융그룹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지배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다.

◇ 공격성장 기세 좋았지만

지방금융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 이후 지주 회장에 힘을 실어줬다. 회장이 은행장과 그룹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도록 했다. 대형금융그룹을 따라잡으려면 사업을 속전속결로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권력을 집중시키기로 한 것. 

전권을 쥔 회장 체제하에서 덩치를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 BNK금융은 성세환 전 회장 때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자산 100조원을 돌파했다. JB금융도 김한 회장 재임기간 동안 우리캐피탈, 더커자산운용, 광주은행, 프놈펜상업은행 등을 손에 넣었다. DGB금융도 수 차례 도전 끝에 최근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했다.

급격히 몸집을 불리면서 우려를 받기도 했다. 종합금융그룹의 구색을 갖췄으나 순이자마진(NIM)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내실은헐거워졌다. 회장의 결정을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 회장님만 바라보다…외풍 자초


하지만 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이사회와 임원들은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사업과 조직을 키운 만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할 일이 많아졌는데도 지배구조상 회장의 독자적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졌다.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옷을 벗었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도 ‘상품권깡’을 통해 30억원의 비자금을 만든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결국 외풍을 자초하고 말았다. BNK금융은 은행업 경험이 없는 외부 인사를 새로운 수장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박인규 DGB금융 회장 또한 경영 공백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출신 회장이 오면 은행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핸즈온(경영 관여)'할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성이 없고 정치권과 유착한 회장이 조직과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 보는 눈 많아져…'역할·책임 명확히'


BNK금융과 JB금융은 최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면서 뒤늦게 지배구조 수술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DGB금융도 장기적으로 대구은행장을 분리하는 게 상호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지방금융그룹은 그 동안 대형금융그룹에 비해 정치권의 주목을 덜 받았다. 하지만 금융권 내 존재감을 키우면서 보는 눈이 많아졌고 '낙하산을 꽂으려는' 움직임도 커졌다. 더 이상 외풍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만큼 지배구조를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회장과 은행장을 형식적으로 떼놓는데 그치지 않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인 분담 없이는 회장의 결정을 내리꽂는 행태가 번복되고 또 다시 '낙하산'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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