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비밀리에 중국 타이어회사 더블스타 자본유치 수용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26~27일중 발표하려했지만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노조가 구두합의를 지키지 않고 대화 창구를 닫아버렸다고 주장했다. '노조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려던 이동걸(사진) 산업은행 회장의 꿈은 사흘만에 깨졌다.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가 지난 23일 비공개로 진행한 구두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23일 노조 대표와 4시간이 넘는 면담을 통해 ▲더블스타 자본유치 수용 ▲경영정상화를 위한 미래위원회 구성 ▲26~27일 공동선언문 발표 ▲29~30일 노조원 투표 등에 대해 구두합의 했다.
이 회장은 "4시간의 면담에서 모든 가능성을 설명했고 보완 방안을 제시했다"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끝나고 나올 때 미래에 대한 굉장한 희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조와 만남에 실패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던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도 지난 23일 비밀리에 노조와 40분 가량 면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차이 회장이 역으로 가는 길에 차를 다시 돌려 노조와 40분간 대화를 나눴다"며 "그는 독립경영보장, 공동협력 추진방향 등에 대해 노조에 전달했고 노조의 의구심도 상당히 풀렸다"고 전했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 자본유치가 성공하면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출연할 계획까지 노조에 전달했다. 이 회장은 "오늘내일 노조와 손잡고 미래선언문을 발표하는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구두합의이후 대화 창구를 닫았다. 산업은행은 지난 25일 공동선언문 초안을 노조앞에 보냈지만 노조는 그날 자정까지 답을 주지 않았다. 노조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깼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노조가 일반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고 얘기하면 노조 심기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엔 합의는 진지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갑자기 노조가 태도를 바꾼 배경으로는 국내 업체의 금호타이어 인수설이 꼽힌다. 지난 24일 정송강 금호타이어 노조 곡성지회장은 지역 정치인의 말을 빌려 "국내 건실한 기업이 산업은행이 진행중인 매각조건과 동일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노조가 달라진 이유는 실체가 의심되는 제3자 인수가능성이 아닌가 싶다"며 "수차례 노조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접촉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다. 인수자 실체가 무엇인지, 유력 정치인이 누구인지, 어떤 뜻으로 했는지 확인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 전직원 대상 투표를 제안했다. 그는 "사무직은 더블스타 자본유치에 대한 찬성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생산직의 경우 노조가 직원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무조건적인 외자유치 반대 입장이 전체 의견인지 확인하기 위해 찬반 투표를 실시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시한이 지나면 끝"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30일에 MOU를 맺지 못하면 금호타이어는 상장 폐지되고 법정관리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30일은 마지막 시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3자 인수가능 후보군으로 지목된 '국내 건실한 기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회장은 "새 인수주체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늦은 시점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발목을 잡힐수는 없다"고 강조했다.